삶의나침반

장자[7]

샌. 2008. 2. 3. 14:48

어떤 인위도 없는 고장의

광막한 들에 심고

그 곁을 할 일 없이 노닐고

그 밑에 누워보기도 하면 어떻겠나?

도끼로 찍힐 염려도 없고

아무도 해치지 않을 것이니

쓸모없다고 어찌 괴로워한단 말인가?

 

何不樹之於 無何有之鄕

廣漠之野

彷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

不夭斤斧

物無害者

無所可用 安所困苦哉

 

- 逍遙遊 6

 

장자의 메시지를 쓸모 없는 나무에 비유하여 현실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혜자(惠子)의 말에 대한 장자의 답이다. 나무를 재목으로만 보는 혜자의 시각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데에 묶여 있다.효용성과 능률만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실용주의자들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보는 시각을 바꾸면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리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

 

여기에서 이 장의 제목인 소요(逍遙)라는 말이 나온다. 소요유(逍遙遊)란 인사(人事)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自然)에 노닌다는 뜻이다. 현실을 초월한 절대자유의 경지다. 그렇다고 장자는 가치절대주의에 매여있지 않다. 대붕이 뱁새를 비웃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뱁새에게 부탁한다. 대붕을 보고 비웃거나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사물의 큰 쓰임새의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서라고 말이다. 돈 벌고 출세하는 것으로만 만족하는 일상성에 대한 극복과 초월을 권하고 있다. 장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고정관념이나 일상성에 대해서 끊임없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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