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9]

샌. 2008. 2. 15. 10:08

이러한 정욕이 아니면 내가 없고

내가 아니면 정욕도 나올 곳이 없다.

이것은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시키는 자를 알지 못한다.

만약 진짜로 주재자가 있을 지라도

별다른 조짐을 알아차릴 수 없다.

 

非彼無我

非我無所取也

是亦近矣

而不知其所爲使

若有眞宰

而特不得其朕

 

- 齊物論 2

 

장자 사상이 여타 중국 철학과 다른 점이 제물론에 잘 나타나 있다. 장자는 현실 너머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세계에 이르도록 사람들을 초대하고 있다.여기서 장자가 말하는 인간의 희노애락, 걱정과 한탄, 변덕과 공포, 아첨과 방종, 정욕과 교태 등은 당시 춘추전국 시대에 살았던 백성들의 고충으로 읽힌다.위정자들이 정치를 잘 함으로써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 점이 유가와 도가가 갈라서는 지점인 것 같다. 장자는 어떤 면에서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당연히 현상들 너머에 있는 진리[道, 眞宰]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장자의 진재(眞宰), 진군(眞君)이라는 말을 들으면성서의 하느님이 연상된다. 닮고 다른 점을 적시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장자는 종교적이다.

 

그리고 장자는 아마도 불가지론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객관적 진리는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그것이 무엇인지는 인간의 지력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는 믿음을 장자는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그것에 대한 논의가 깊어지지 못한 것은 더 이상의 형이상학에 대한 탐구는 의미가 없다고 보았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몸으로 느끼고 하나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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