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0]

샌. 2008. 2. 21. 16:57

한번 육체를 받아 태어났으면

죽지 않는 한 다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물질과 서로 적대하고 또는 서로 따르면서

그칠 줄 모르고 달리는 말과 같으니

슬픈 일이 아닌가?

죽을 때까지 발버둥 치지만 공을 이루지 못하고

피로에 지쳐 늙어가면서 돌아갈 곳을 모른다면

슬픈 일이 아닌가?

 

一受其成形

不亡以待盡

與物相刃相靡

其行盡如馳 而莫之能止

不亦悲乎

終身役役 而不見其成功

날然疲役 而不知其所歸

可不哀邪

 

- 齊物論 3

 

장자의 이 부분을 읽다 보면 성경의 로마서 7장에 나오는 바오로의 탄식이 떠오른다.선을 바라는 마음과 악에 끌리는 경향 사이의 갈등을 설명하며 바오로는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줄 수 있습니까?"라고 탄식했다.

 

인간의 실존적 한계를 절절히 인식한 뒤라야 우리는 현상 너머의 세계를 동경할 수 있게 된다. 어둔 밤이 별빛을 더욱 선명하게 하듯, 존재에 대한 번민과 절망의 고뇌 속에서 우리는구원처럼 다가오는 절대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만족하는 돼지는 삶의 의미를 묻지 않는다.

 

물론 기독교적 구원과 장자의 해법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다른 어떤 사상보다도 장자 철학은 기본적으로 기독교와 통한다고 나는 본다. 기독교식으로 표현하면 장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당신을 영원히 살게 해 주겠다." "당신은 우주와 하느님과 하나인 존재다." "자신을 버리고 비움으로써 당신은새 생명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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