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정과 정의 대결

샌. 2008. 4. 10. 11:39

어제는 제 18대 총선일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곳은 정동영 씨와 정몽준 씨가 출마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은 지역구였다. 덕분에 TV로만 보던 두 사람과 악수도 해 보았다. 가까이서 본 그분들은 선거 운동에 지쳐서인지 무척 안스럽게 보였다.워낙 유명인들이라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과는 뭔가가 다르리라는 선입견이 무의식 중에 있었는데 그저평범한 이웃 사람의 모습이어서 조금은 의외였다.그분들을 통해서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유명인들에 대한 환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사람 대결의 승패는 여론조사에서부터 예상된 것이었다.지역구민들이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는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은 지역의 일꾼을 뽑는 측면이 강하므로힘 있는 여당 의원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당선된 정몽준 씨가 가장 강조한 것이 지역 개발과 주민 숙원 사업의 해결이었고, 후보의 호불호를 떠나 그런 것이 지역민들에게는 크게 어필했다고 본다.

선거도 끝났고 연일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읍소하던 풍경도 이젠 4 년 뒤에나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르다고 당선이 되면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높으신 분 만나기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젠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그분들은 지역구민들보다는 그들만의 정치 게임을 하느라 바쁠 것이다. 지역민들에게는 가끔씩 사탕 하나씩 던져주며 관리를 하면 된다는 것을 영특한 그분들은 잘 알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경남 사천에서 강기갑 후보가 당선된 것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 MB의 핵심이면서 여당 사무총장을민노당의 농민 후보가 꺾은 것이다. 그것도 한나라당 깃발만 들고 나오면 이긴다는 경상도 땅에서 이룬 쾌거였다. 여당이 분열된 반사이익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선거를 통해서도 민중의 꿈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힘든 선거운동 기간을 거치며 어렵게 당선된 분들에게 축하를 보낸다.그리고 그분들이특정집단의 이익보다는 진실로 사심없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해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볼 때 기대난망인 것을 잘 알지만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분들 중 일부라도 작은 노력들이 모여 기존의 틀을 허물 수도 있음을 믿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