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선암사 잣나무

샌. 2008. 3. 5. 11:14



선암사 경내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이 잣나무를 보면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역시 겨울은 상록수의 계절이다. 상록수의 사시사철 변함 없는모습에서 선조들은 지조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추사가 세한도(歲寒圖)에서그린 송백(松栢) 역시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리킨다. 잣나무가 숲을 이룬 광경도 장관이지만 이렇게 홀로 서 있는 모습도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고독하지만 당당하고 늠름한 자태가 보기 좋다.

 

그런데 사찰의 잣나무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어느 날 한 학승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祖師)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이때 조주선사는 "뜰 앞의 잣나무니라"고 답했다. 잣나무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때 선사의 눈에 띈 것이 잣나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이후로 사찰에서 만나게 되는 잣나무를 보면 학승과 조주선사의 대화가 떠오른다.아마 경내에 잣나무를 심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잣나무의 당당한 푸른 기상이 수행의 길을 가는 스님들의 뜻과 잘 맞는 것 같아 절집의 잣나무는 더욱 색다르게 느껴진다. 동시에 잣나무는 수행자에게 주어진 화두이기도 하다. 옛 고사 한 토막이 절집과 잣나무를 의미있게 연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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