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동작에서 선유도까지 걷다

샌. 2008. 2. 9. 18:16

동작에서 선유도까지 걷다[11:50 - 16:20, 약 15 km].

 

오늘 한강길 걷기에는 아내가 동행했다. 동작 하류 방향은 아내로서는 첫길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더우기 평소에 가보고 싶어하던 여의도공원과 선유도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더욱 좋았다.

 

11:50, 집을 출발하다.

12:40, 한강 동작지구에 도착하다.

 



13:10, 한강철교를 지나다.

 

걷는다는 것은 심리적 중화효과가 있다. 걷기를 통해 사람의 감정은 중화되고 순화된다. 기쁜 일이 있어도 지나치게 기뻐해서만 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마찬가지로 슬픈 일이 있어도 크게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걷다 보면 자연히 느껴지게 된다. 또한 세상 살다 보면 생기는 서운한 감정도 마찬가지다. 서운했던 사람과 같이 말없이 걸어 보라. 서운했던 감정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지고 상대에 대한 연민이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용서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변해 있음을 걸을 때마다 확인한다.

 



63빌딩은 언제 봐도 멋지다. 날렵한 맵시는 63층이라는 고층에서 느낄 법한중압감이 없다. 건축 디자인의 중요성을 63빌딩을 볼 때마다 새삼스레 느낀다.

 



겨울 한강의 풍경이다. 빠른 도시의 스피드 가운데서 오리는 정지와 느림을 보여주고 있다. 겨울 한 철 물결에 몸을 맡기고 쉬고 있다가, 여름이면 손님을 싣고 강으로 나간다. 그러나 그 속도 또한 사람 걷는 빠르기 이상이 아니다. 그런 여유만만이 사람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걷는다는 것은 이렇게 주위 풍경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차를 타고 지나간다면 결코 만나지 못할 인연들이다. 그냥 휙 스쳐 지나가는 관계일 뿐이다.

 



13:50, 여의도공원에 들어가다.

 

한강길에서 잠시 벗어나 여의도공원으로 들어갔다. 이곳에 와 보고 싶다고 아내가 여러 번 말했었는데 오늘에야 같이 올 수 있었다. 서울에 수십 년째 살면서도 못 가 본 곳이 너무 많다. 이런 걸 보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는가 보다. 공원 안에서는 아내가 좋아하는 연속극 '미우나 고우나'를 촬영하고 있어서 잠시 구경했다. 두 연인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인데 TV에서 본 젊은이들이라고 아내가 좋아했다. 매점에서 사발면으로 요기를 했다. 공원을 산책하며 1시간 정도 보냈다.

 

다시 한강 둔치로 나왔다. 밤섬 조망대에서 망원경으로 철새를 관찰했다. 민물가마우지가 나무 가득 앉아 있었고, 물 위에는 청둥오리와 같매기들이 보였다.

 



15:50, 목표 지점인 선유도에 도착했다.

 

선유도는 색다른 분위기의 섬이다. 옛 시멘트 구조물과 식물들을 활용해서 특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에 가장 눈길이 갔다.

 

16:20, 당산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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