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종로 부암동 백사실

샌. 2007. 9. 1. 10:42



오후 시간에 짬을 내어 동료들과 같이 백사실을 찾았다. 백사실은 직장에서 걸어 약 30분이면 닫는 가까운 곳에 있다. 노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을 당시에 청와대 뒤편에 있는 여기를 찾아 마음을 달랬다고 해서 일반일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행정구역상 종로구 부암동인데 서울 도심에 이런 곳이 있나 싶게 아직도 산 속 깊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백사실 계곡 위쪽에 있는 뒷골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길을 따라 개발제한구역에 묶인 옛날 집들 10여 채가 있는데 마치 시간을 60년대로 돌려놓은 듯한 풍경이다. 현대식 도시의 뒤편에 이런 풍경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고맙기도 하다. 잠깐 동안의 발걸음으로 색다른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인적이 드문 조용한 산길이다. 계곡을 따라난 이 길을 따라 울창하게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많지는 않지만 멋진 적송들도 만날 수 있다. 도심에 숨어있는 '비밀의 길'이고, 도심을 발밑에 두고 걷는 '하늘길 산책로'이다. 다행히도 찾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지 않다.

 

백사실(白沙室)은 계곡 중간쯤에 있는 빈 터다. 건물은 없고 주춧돌만 남아있다. 작은 연못도 있어 예전에 지체 높은 사람이 별장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아마 백사 이항복과 관계되지 않았을까 여겨지는데 확인된 것은 없다고 한다.

 

백사실과 그 주변 길은 두세 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갖고 천천히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그동안 좋다는 말만 들었지 이번에야 처음 찾아보게 되었다. 도심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더없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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