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석모도에서 바다 내음을 맡다

샌. 2007. 8. 19. 19:23



바다 내음을 맡고 싶어 아내와 같이 석모도에 갔다. 올 여름은 이런저런 이유로 둘이서 바깥 나들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 휴가가 끝나니 불현듯 바다 내음이 그리워졌다.

 

강화도 서쪽에 위치한석모도는 외포리 선착장에서 카페리를 타고 들어간다. 이 섬은 아내는 첫걸음이고, 나는 거의 20여년 만이다. 그때 동료들과 함께몇 차례 이 섬을 찾았었다. 그때는 자가용이 없던 시절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신촌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화읍까지간 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외포리까지 갔다. 그리고 배를 타고 석모도에 건너가서는 다시 버스를 타고 보문사까지 가서 놀았다. 보문사 앞 음식점에서 막걸리로 취하고 다시 몇 시간이 걸려 서울로 돌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의 동료들 중 형님으로 모셨던 분은 여러 해 전에 세상을 떴고, 나머지 후배들과는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여름의 막바지 민머루해수욕장은 휴일이지만 썰렁했다. 물은 황토빛의 흙탕물이다. 서해가 대개 그렇지만 이곳 바다는 유독 더 심하다. 바닥은 진흙뻘이 두껍게 쌓여 있다. 이런 곳에서 해수욕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지방 어디처럼 머드 축제라도 열어야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진한 바다 내음이 코를 자극하고 크게 심호흡을 하며 그 향기를 만끽한다. 바다에 대한 갈증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보문사는 예전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눈썹바위 마애불상으로 오르는 길도 전부 돌계단으로 바뀌어서 산길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신자들과 관광객들이 예상 외로 많아 호젓한 절 분위기에 잠기기도 어려운 것이 아쉬웠다.내려오며 사하촌의 물레방아집에서 산채정식으로 점심을 했다. 음식맛보다는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진 자리의 분위기가 좋았다.

 

강화도 가는 길이 넓어지고 많아졌지만 복잡하기는 여전했다. 12시에 석모도를 나섰는데 배를 기다리는 긴 자동차 행렬에 깜짝 놀랐다. 카페리 3대가 쉼없이 움직이지만 밀려드는 자동차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현상은 강화도 안에서도 비슷했다. 함허동천 계곡이라도 들러볼까 하다가 포기하고 일찍 서울로 돌아왔다.

 

아내는 피곤한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계속 졸기만 한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며 한숨을 쉬며 말하는 표정이 안스럽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운전도 이내 피로해지고, 차의 정체에도 쉽게 짜증이 난다. 이러니 나이가 들면 귀찮아서도 밖에 나갈려고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것도 어떤 면에서는 좋은 현상이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똑 같이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면 더욱 난감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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