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한강에 나가다

샌. 2007. 8. 16. 18:43



우리나라도 이젠 7월 장마 대신에 7, 8월의 우기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는 장마때보다도 8월에 더 많은 비가 내린 곳이 많았다. 겨울의 삼한사온이 퇴색하듯이 여름 장마도 서서히 개념이 변하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는 기후가 급변하는 와중에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비가 그친 날, 한강에 나갔다. 머리 위로는 먹구름이 지나가는데, 저 멀리 반포대교 너머로는 여름의 뭉게구름이 멋지게 꽃을 피웠다. 한강물도 수위가 높아져 흙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그래도 올해 중부 지방은 집중적인 폭우가 내리지 않아 홍수에 대한 걱정은 없었던 것이 다행이다.

 

스스로에 대한 고행의 차원에서 길게 걸으려고 했지만 한낮의 뜨거운 햇살에 곧 지쳐 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한껏 게을러진 몸이 그만 두라고 자꾸 보챘다. 발목도 그만 걸읍시다고 해서 약 두 시간 정도 걷고는 압구정동 쪽으로 빠져 나왔다.

 

며칠 전에 M이 불현듯 왜 사느냐고 정색하며 물었다. 잘 살든 못 살든 어쨌든 지금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왜 사느냐는 질문에는 왠일인지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도 '내가 왜 살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지만 역시 똑 부러지는 대답은 없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는 게 바로 명확한 정답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기에 대한 답은 무수히 있을 수도 있고, 하나도 없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요사이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불쑥하며 화를 자주 내는 나를 본다. '내가 왜 이러지?' 싶을 때가 많다. 사는 게 만만찮은 일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몫으로 힘들어 한다. 그 무게의 경중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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