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곳이랍시고 만족하며 이사를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지난 달부터 바로 옆에서 아파트 신축 공사가 시작되었다. 아직까지 땅파기와 기초공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그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한여름이어서 창문을 열어놓을 수밖에 없으니 방안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낮에는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다. 이놈의 소리 때문에 에어컨이라도 사야지 싶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녁 6시가 되면 모든 작업 소리가 뚝 그치는 것이다. 요사이는 현장의 작업 시간도 철저히 지켜지는 것 같다.
휴가 기간이지만 부득이하게 직장에 나올 일이 생겨서 오전에만 근무를 하게 되었다. 일의 성격이 나로서는 즐겁게할 성질이 아니어서 이 또한 엄청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몸살이 나고 일주일째 골골거릴 정도로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오후에는 시끄러운 집을 피해 있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었는데, 올해는 무슨 마가 끼었는지 여기서도 며칠 전부터 시설 개선 공사가 시작되었다. 낡은 건물을 철거하는 소리와 진동이 연신 사무실을 울린다.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사무실에 남아있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콜록거리면서 밖에 나다니기도 어려우니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짜증만 더해지는 올 여름이다.
낮에는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옥상에서 방수 공사를 하는데 작업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집에 있지를 못하니 아예 늦게 들어오라는 것이다. 집은 아파트 맨 윗층인데 장마철이 되니 물이 새서 천정에는 곰팡이가 슬더니 자꾸 면적을 넓히고 있다.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더니 곧 공사를 하겠다고 했었다. 그 공사를 이제 시작하는 모양이다. 참 가지가지로 겹친다. 현장의 인부들은 오죽할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솔직히 그 짧은 동정심으로는 변하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어제는 옛 동료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리고 아는 몇 사람이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약간의 고혈압이 있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주범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욕심을 비우고 사는 사람이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웃는다.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보지 말라고 말했지만, 정말 요사이 같아서는 나도 제 수명 채우기가 어려울 것만 같다. 얼굴 찌푸려지는 일들만 자꾸 생겨나니 말이다.
직장 일이 내일로 끝나면 고향에 내려가 한 일주일 쯤 있을 예정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혼자 있으면서 내적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제발 좀 조용한 곳으로 피하고 싶다. 저 악다구니 소음이 이렇게 내 마음을 부글부글 끓게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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