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고향집에서 쉬다

샌. 2007. 8. 12. 11:01



고향집에 내려가서 일주일간 푹 쉬었다. 한 주일 내내 비가 오면서 날씨까지 도와줘 거의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집안에서만 빈둥거리며 지냈다.

 

책을 몇 권 들고 갔으나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한껏 게을러지고 싶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어머니는 매일 밭에 들르시고, 반짝 볕이 난 한낮에는 고추 첫물을 따셨다. 어머니의 밭은 역시 단정하고 깔끔했다. 어머니의 실력은 집안 살림보다는 들일에서 발휘된다. 밭을 왕복하는 길에서 만나는 미루나무 풍경이 아련하고도 서럽게 내 마음을 울렸다.

 

하루는 동생네가 다녀갔다. 바람에 찢어진 비닐하우스를 새로 고쳤다. 저녁에는 숯불에 구워먹는 삼겹살과 고등어구이가 아주 맛났다. 그러나 동시에 비어있는 자리들이 자꾸 신경 쓰였다.

 

외할머니는 9학년 9반이시다. 정신을 놓으신 외할머니는 쉼없이 사람을 찾으신다. 딸을 찾으러 집을 뒤지고 온 동네방네를 다니신다. 치매에 걸렸을 때나타나는 특징은 본인이 가장 집착했던 것이 발현되는 것 같다. 일찍 남편을 보내고, 사위 셋도 앞서 보냈다. 사랑에 대한 결핍, 사람에 대한 상실의 두려움이 이런 행동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끝날에 차를 몰고 나갔다가 사고를 냈다. 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달리는 과속차에게 옆구리를 받쳤다. 이만하니 다행이다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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