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일본 야구에 빠지다

샌. 2007. 8. 2. 16:53



저녁 시간나의 유일한 오락은 케이블 TV로 일본 프로 야구를 보는 것이다.이승엽 선수의 인기 때문에 요미우리의 경기는국내에서도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치고 잘 하면 기쁘지만, 이젠 일본 야구 그 자체의 재미에도 빠져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자연스럽게 요미우리의 팬이 되었다.

일본 야구는 미국이나 한국 야구와 확연히 다르다. 정교하고 깔끔하다고할까, 경기 진행이나 경기장 분위기가 우리 야구와는 다른 맛을 풍긴다. 호쾌한 미국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기자기한 일본식 야구가 더 마음에 든다. 남자 배구보다는 여자 배구를 더 좋아하는 기호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른 취향이어서 나 자신은 선이 굵은 것보다는 부드럽고 오밀조밀한 것에 더 끌린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TV 앞에서 서너 시간을 보내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이젠 인생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누구 말대로 인생은 한 편의 코미디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냥 허허 웃어넘기고 말 일을 쓸데없이 심각하게 골치를 앓으며 어렵게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마음이 무거워지니 삶은 더욱 힘들어진다. 좀 망가지면 어떤가,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도 마음의 여유다.

그러나 야구 경기에 몰두하다 보면 나쁜 점이 있다. 경기 내용에 따라 기분 상태가 변해 괜히 아무 관계도 없는 식구들에게 짜증을내기도 한다. 며칠 전에도 그것 때문에 아내와 다투기까지 했다. 그리고 야구를 하는 저녁 시간에는 거실은 온통 내 차지가 된다. 몸도 움직이지 않으니 자꾸 게을러진다. 심신에 부정적인 면이많다는 걸 알지만 당분간은 이대로 지내려고 한다. 거기에는 옳고 합리적인 길을 가야만 한다는 심적 부담에 대한 반발심도 작용한 것 같다. 요사이는 그렇게 자포자기적인 상태에 빠져 있다.

야구를 열심히 보기는 하지만 야구의 매니아는 하나다.보면 재미있지만, 안 본다고 안달이 나는것도 아니다. 지금의 나에게 야구 보기는잠시나마 자신을 잊고 시간 죽이기를 하는 수단이다. 무엇엔가 하나에 몰두하고 집중하는 것을 통해 답답한 일상의 나 자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야구는 그런 역할을 해 주는 마취제와 비슷하다.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할 때의 술이 하는 역할과 아마 같을것이다. 술을 마시고 난 뒤에 후회를 하지만 다음에 또 술자리에 참석하듯 나의 야구 보기도 마찬가지다.

요미우리는 현재 쥬니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2군으로 내려갔던 이승엽 선수는 후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며 다시 주축 타자로 복귀했다. 한 시즌 동안 팀이나 개인이나 여러 번의 부침을 겪는다. 최선을 다하건만 뜻대로 안 되는 날도 많은 것이다. 그럴 때는 조바심 치기보다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 훨씬 효과가 있다. 야구나 우리네 인생살이나 닮은 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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