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무작정 걷고 싶은 때는 작은 베낭 하나 메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한강가로 나가면 강변길이 쭉 뻗어있어 걷고 싶은만큼 원없이 걸을 수가 있다. 이 길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차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도시인으로서는 무척 고맙다. 이것도 한강이 주는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동작에서 구의까지 걸었다[12:00-16:00, 약 13km].
장마철이라 대기는 습기로 가득차 눅눅했다. 그리고 오염된 도시의 강 특유의 냄새가 퀴퀴하게 배어 있었다. 휴일이라 사람들이 많이 나왔는데 작년과 달리 인라인 스케이터는 보기 힘들었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거기에는 기계에 매몰되지 않은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이 있다. 현대 문명의 위기는 - 환경적이든, 정신적이든 - 자전거로 상징되는 대안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자전거야말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한강에 나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강 양쪽으로 녹색 숲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60년대 박통 시절에 도시 외곽으로 그린벨트를 만들어 녹지를 지켰듯이, 한강을 따라서도 그린벨트를 만들었다면 지금의 한강은 숲으로 둘러싸인 멋지고 아름다운 강이 되었을 것이다. 아스팔트와 아파트 숲으로 뒤덮인 숨막힐 듯한 이런 답답한 모습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군데군데 넓은 둔치가 있어 놀이시설이나 화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이다. 잠실지구 둔치도 잘 가꾸어진 편에 속하는데 원두막이 있는 꽃밭 너머로 완공 단계에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잠실철교를 건너서 건너편 구의동으로 갔다. 한강다리 중에서 걸어서 건너기에는 이 잠실철교가 아마 제일 조용할 것이다. 가끔씩 지나가는 전철 소음은 넉넉히 참아줄 만하다. 교각 사이로 잠실대교와 그 너머 강남쪽 모습이 보였다.
테크노마트 서점에서 '행복한 나무여행'을 샀다. 나오기를 기다렸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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