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관악산과 다시 가까워지다

샌. 2007. 7. 15. 08:43



관악산 가까이 이사를 온 탓에 늘 이 산을 보면서 산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 커튼을 젖치면 관악산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나는 매일 아침 관악산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셈이다. 그런데 서로 눈맞춤만 하다가 석 달이 지나서야 그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매인 일에서는 떠났건만 마음 바쁘기는 마찬가지여서 바로 옆에 있는 이 산 조차 이제야 찾을 생각이 난 것이다. 마음이 게을러지니 몸도 늘어져 베낭을 맨 걸음이 천근같이 무거웠다.

 

관악산은 서울 근교 산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은 찾은 산이다. 관악산에 나 있는 대부분의 등산코스는 다 다녀보았다. 90년대 초반에는 매주 토요일이면 이 산을 넘어 퇴근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살았던 동네가 주로 남쪽이어서 관악산이 제일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악산은 이름 그대로 바위가 많아 산길을 걷기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폭신한 흙길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

 

태풍 '마니'가 먼 남쪽 바다로 스쳐 지나가는 간접영향으로 바람이 세게 불었다. 그러나 최근의 잦은 비로 대기는 더없이 깨끗하고 하늘은 청명하게 맑았다. 멀리 인천 앞 바다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사당에서 출발하여 북쪽 능선을 따라 올라가 연주암 약간 못 미쳐 과천으로 내려가는 능선길로 들어섰다. 이 코스가 지금 있는 집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가장 편리하다. 물론 예전에도 자주 다녔던 길인데, 특히 과천으로 내려가는 길은 주등산로가 아니어서 사람들의 통행이 적어 내가 애용하는 길이다.산에 와서까지 오가는 사람에게 치이는 것은 짜증이 난다.

 

오랜만에 산길을 걸으니 굳었던 몸이 풀리고, 높은 곳에 오르니 닫혔던 마음도 확 트였다. 우울함을 가라앉히는 데는 역시 운동과 땀이 효과가 있다. 육체적 활력은 정신적 건강의 기본이다. 앞으로는자주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단순해 지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정신적 처방이라는 것을 안다.

 

관악산에는 재미있게 생긴 바위들이 많은데 산 중턱에서 돌고래를 닮은 바위를 보았다. 그 너머로 서울 시내가 펼쳐져 있다. 멀리 남산이 보이고 그 뒤로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서울을 에워싸고 있다. 산과 숲과 강이 있으므로 도시는 아름답게 보인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거대한 인간의 도시를 볼 때면 늘인간 능력에 대해 경탄하게 된다. 그리고 저 도시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생물로도 보인다. 인간이 아니라 저 거대한 구조물들이 주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인간의 지혜와 능력이 좋은 방향으로 사용된다면 바로 여기가 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런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고,역사는 진보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싶어만 진다. 그리고 이번 등산이 내 생활의 활기를 되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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