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내가 제일 즐겼던 운동은 탁구였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탁구를 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여가 시간이면 친구와 같이 탁구장에서 시간을 자주 보내었다. 다른 친구들은 많이들 당구에 빠져들었지만 우리는 큐대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오직 탁구만 쳤다. 당시는 시내 어디에나 탁구장이 흔했고 요금도 저렴해서 학생 신분에도 크게 부담 되지 않았다. 정식으로 탁구를 배운 것은 아니지만 워낙 자주 치다보니 탁구로는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었다. 그 뒤 직장에 나가서도 틈틈이 탁구를 즐겼는데, 테니스를 배우면서부터 탁구와 점점 멀어졌다. 테니스를 가르쳐주던 동료가 테니스는 탁구와 폼이 다르므로 아예 탁구를 못치게 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아주 가끔씩밖에 탁구와 만나지 못했다.
정말 오랜만에 동료 H와 탁구장에 들렀다. 시내 한복판인 종로에서 탁구장을 발견한 것은 거의 기적과도 같아서 무척 기뻤다. 오래된 허름한 건물의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서 문을 열고 들어서니 70년대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옛 그대로의 탁구장이 있었다. 거세기만 한 세월의 힘도 여기는 범접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그리운 옛친구를 만난 듯 얼마나 반가웠는지, 탁구장에 밴 틱틱한 냄새까지 옛 그대로였다. 할아버지 한 분이 카운터에 앉아계셨고, 탁구장은 손님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할아버지도 무료했는지 컴퓨터로 바둑을 두고 계셨다. 그 광경이 무척 기이하게 느껴졌다.
1시간 동안 열심히 땀을 흘리고, H와 생맥주를 마시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생각이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생기를 돋워주고 힘을 불러 일으킨다. 마침 오늘은 30년 전의 옛 제자와도 만났다. 10대의 소녀가 40대 중반의 여인이 되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그 시간의 단절 앞에서 한참이나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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