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직원 연수는 '강원도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정선과 평창 지역을 1박2일간 돌아보는 여정으로 짜여졌다. 동료들 중에여행 전문가가 있어 모두가 만족하는 내용의 알찬연수가 가능했다.
80여 명의 직원들이 3대의 버스에 분승해서 10:30에 서울을 출발했다. 도중에 구리 부근의 '고향 가는 집'에서 보리비빔밥으로 점심을 했다. 두꺼운 놋그릇에 온갖 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달려여량으로 향했다. 강원도 내륙 국도변은 작년도 수해 피해가 아직 남아있어 지금도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여량(餘糧)은 강원도 좁은 산골에 그나마 농사 지을 평지가 있어만들어진 땅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곳은 골지천과 송천이 만나는 곳이다. 두 천이 합류하여 조양강이 되고 다시 동강으로 이름이 바뀌어 영월에서 서강과 합류한 후 남한강이 된다.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 구절리에 들어갔다. 전에 탄광이 있을 때는 북적댔던 철길이었다는데 폐광되고부터 사람들이 떠나 철로로서의 이용가치가 다했다. 그래서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까지 풍광 좋은 7.2km 구간에 레일바이크를 설치해 히트를 쳤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을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그러나 이런 현상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다. 한가했던 시골역의 정취가 이젠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구절리역 주변 철길을 따라 걸어 보았다. 녹슨 레일에 나무 침목과 연결 대못 등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옛 철길 모습에 따스한 향수를 느꼈다. 어렸을 때 동네 앞으로 철로가 나 있어서 철길은 우리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레일바이크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그런데 옆의 파트너였던 M과 애기를 하느라 정작 경치는 제대로 살피지를 못했다. 그래도 무척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저녁 식사는 여량에 있는 옥산장에서 황기백숙으로 했다. 유명한 집이라는 것을 소문으로만 들었었으나 실제 와 보기는 처음이었다. 백숙이 나오기 전에 감자와 옥수수로 만든 다양한 요리가 나왔는데 어릴 때의 고향 맛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식사 중에는 주인 할머니가 직접 정선아리랑을 불러 주어서 여름밤의 흥취를 더해졌다.
숙소인 용평리조트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되었다. 동료들은 다시 한 잔을 하러 밖으로 나갔으나 나는 전날의 과음이 아직 가시지 않아 그냥 쉬었다. 그러나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때문에 잠을 뒤척여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본 용평리조트 단지는 예상보다 컸다. 2014년 동계올림픽이 유치되었다면 여기가 주 행사장이 되었을 것이다. 호텔에 있는 한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모두들 속을 달랬다.
오전에는 곤돌라를 타고 해발 1458m인 발왕산에 올랐다. 멀리 동쪽으로 백두대간이 뻗어있고, 흐린 날씨였지만 동해도 보였다. 부근 풀밭에는 술패랭이가 많이 피어 있었다. 전망대 커피점에서 드넓은 조망을 즐기며 커피 한 잔을 나누었다.
내려와서는 찌뿌둥한 몸의 피로를 풀려고 사우나를 했다. 그러나 물 때문에 아물려는 얼굴의 상채기가 벗겨져 도리어 흉한 모습이 되었다. 차라리 산악썰매나 탈 것을.....
점심은 부일가든에서 산채비빔밥으로 먹었다. 부일가든은 여러 차례 다녀갔지만 음식에 대해서 한 번도 실망하지 않았다. 특히 된장찌개가 특이한데 뭐랄까 입에 당기는 맛을 아니지만 속 깊은 맛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관령 양떼목장을 둘러 보았다. 나는 목장보다도 입구에 펼쳐진 꽃잔치에 눈을 빼앗겼다. 풀들 사이로 노루오줌이 군락으로 자라고 있었고, 동자꽃 등 다른 여러 종류의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 강원도에서 보는 야생화들은 하나같이 크고 싱싱하고 색깔도 선명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빗길을 달려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 6시가 되었다.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가까이서 얘기도 나눌 수 있었고, 사람과의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던 고마운 여정이었다. 특히 볼거리, 먹거리, 잠자리 등 모든 면에서 오감충족의 연수가 되었다. 준비하고 동참했던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야구에 빠지다 (0) | 2007.08.02 |
---|---|
모기와의 전쟁 (0) | 2007.07.27 |
동작에서 구의까지 걷다 (0) | 2007.07.18 |
관악산과 다시 가까워지다 (0) | 2007.07.15 |
안 그런 척 할 뿐이지 (0) | 2007.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