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모기와의 전쟁

샌. 2007. 7. 27. 15:09



여기로 이사 와서는 거의 매일 밤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에 잠을 깨게 되고 그 소리가 성가셔서 계속 잠들기가 어렵다. 소리 없이 뜯기기만 한다면 그냥 무시하고 잘 수 있건만, 도대체 모기 소리는 그냥 참고 넘어가지를 못하겠다. 조물주는 얄궂기도 하지, 소리 없는 모기로 진화시키지를 않고 이렇게 고음의 신경질적인 날개 소리를 모기에게 달아 주었으니 말이다. 모기 입장에서는 한없이 원망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몇 달이 되어도 도대체 모기가 어디서 들어오는지 알아내지를 못하고 있다. 방충망도 완벽하고 다른 틈도 보이지 않는데 모기는 잡아내도 다음 날이면 또 나타난다. 많지는 않은데 한두 마리가 사람을 그렇게 성가시게 만든다. 어제밤에도 견디다 못해 새벽 4시에 일어나 불을 켜고 벽에 붙어있는 모기 두마리를 잡았다. 이놈들을 잡자면 끈기가 필요하다. 밝은색의 벽에 달라붙을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모기만 발견하면 파리채로 백발백중이다.

심할 때는 모기향도 피워 보지만 창문을 열어놓고 자니 바람이 부는 날은 별 효과도 없다. 그렇다고 매일 인공의 향 신세를 질 수도 없는 일이다. 모기장을 살까말까는 지금 망설이고 있다.더 심해져 못 견디겠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모기장을 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원시적이며 확실한 파리채로 잡아내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 방 저 방에서 파리채를 찾으니 아내는 시장에서 파리채 두 개를 더 사가지고 왔다.

새벽에 잡는 모기는 벽을 빨갛게 물들이기 일쑤다. 한창 포만감에 젖어있을 모기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로서는 통쾌한 응징이지만 모기로서는 먹고 사는 일인데 억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빼앗아 먹는다고 죽임까지 당하는 것은 아마 모기밖에 없을 것이다.

어제 신문에 이어령 전 문화공보부 장관이 무릎을 꿇고 세례를 받는 사진이 실렸다. 다른 무엇보다 이성과 지성을 강조하던 분이었기에 그분이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것이 약간은 의외였다.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물을 열면 바람이 들지만 모기도 들어온다. 그런데 문을 닫으면 모기는 막지만 바람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망창(망으로 된 창)'이 필요하다.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도 그런 의미라고 본다. 모기는 막고, 바람은 들게 하는 것이다. 그게 영성의 세계가 아닐까 싶다."

신앙이란 망창 안에서 편안히 쉬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삶의 모순과 세상의 모순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쳐 나가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오아시스를 그리기 보다는 사막의 순례길이 신앙과 더 가깝지 않을까? 망창을 열어젖히고 사바세계와 하나로 소통하려는 자세가 현대의 크리스천들에게 더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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