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나무를 만나러 훌쩍 떠나다

샌. 2007. 8. 27. 10:32

함양의 상림이 보고 싶어 훌쩍 길을 나섰다. 내려간 김에 몇 군데의 오래된 나무도 만나기로 했다. 사람보다는나무를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고 사람을 통해 힘을 얻기도 하지만, 고목이 주는 위엄과 인내와 침묵이 그리울 때도 있다. 이번 길의 첫째 날은 학사루 느티나무, 함양 상림, 목현리 오송, 금대암 전나무를 만났고, 둘째 날은 반야사 배롱나무, 상현리 반송과 만났다. 모두가 가슴 벅찬 첫 대면이었다.

 

혼자만의 여행은 오랜만이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지금껏 혼자만의 여행을 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 여행을 굳이 낯선 곳을 찾아가는 지리적 개념에서만 떠난다면 말이다. 그저 나 홀로 길을 걷고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좋다. 풍광보다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걸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고독을 사랑하는 것도 병이라고 생각되지만 타고난 체질이 그러하니 나도 어쩌지를 못한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상림에는 이미 한창 때가 지난 연꽃들이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정성들여 가꾼 연꽃밭이 엄청나게 넓었다.

 



함양에 있는 고목 세 그루와 정여창 고택을 둘러보고 김천에서 일박했다. 길에서는 늘 잠자리가 문제다. 어쩔 수 없이 모텔에 투숙하지만 왠지 편안한 잠이 되지 않는다.

 

이른 아침 직지사를 구경했다. 조용한 아침 시간이 절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좋았다. 그러나 직지사 코 앞이 시민공원으로 조성되어 절 분위기가 도리어 망가진 것 같았다. 전날 밤에는 공원에서 음악회가 열려 마이크 소리와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고찰답게 오래된 나무들도 많았는데, 특히 큰 감나무와 어느 건물 앞에 있던 잎 큰 파초가 인상 깊었다.

 




올라올 때는 반야사에 있는 배롱나무와 상주 화서면에 있는 멋진 반송을 보고 문경을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탔다. 여름의 마지막 휴일이어서인지 계곡마다 사람들로 붐볐다. 올해는 8월의 뒷날들로 갈수록 더위가 맹위다.

 

직지공원에 '인연맺기'라는 돌 조각품이 있었다. 단발머리 소녀와 소년의 순진한 모습이지만 가슴에는 여우와 늑대를 한 마리씩 품고 있다. 둘은 서로 안 그런 척 하지만 가슴의 생각이 인간의 진정한 모습인 것만 같다. 그것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앞으로는 자주 바깥 나들이를 해야겠다. 움츠러들기보다는 내 자신의 외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를 느낀다. 운동과 바깥 활동으로 몸과 마음의 활기를 다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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