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차 없는 날

샌. 2007. 9. 11. 10:28



어제(9/10)는 '차 없는 날'이었다.

1997년에 프랑스의 작은 도시 라로쉐에서 '도심에서는 자가용을 타지 맙시다![In town, Without my car!]라는 구호 아래 자동차에 의존하는 도시생활 문화의 전환과 친환경적인 도시로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이 '차 없는 날' 행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9월 22일로 정해 범세계적인 행사로 열리는데, 우리나라는 추석 연휴 관계로 앞당겨서 실시했다.

도심을 통행하는 차량의 80%가 나홀로 차량이라는 통계가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몇 십 kg밖에 안되는 몸덩이를 나르는데 1t이 넘는 쇳덩이를 끌고 다닌 것이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자동차 중심 문화로 인해 야기되는 피해와 부작용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우리 습관에 대해 한 번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는 뜻에서 이런 행사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서울에서는 종로에서 버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의 통행이 제한되었다. 아마 종로 전체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차량 통행이 금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오후에는 일부러 종로에 나가 보았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종로의 8차로 거리가 가운데 두 차로만 버스가 다니고 나머지는 휑 하니 뚫려있어 보기에도 시원했다. 통제 요원도 무척 많아서 마치 민방위훈련을 하는 듯 축제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은 유감이었다.

비어 있는 거리를 보며미래에는 저 길이 나무로 덮이고 잔디가 깔리며 자전거가 달리고, 또 전차가 느릿느릿 오가는 한가하고 조용한 풍경을 상상해 본다. 언젠가는 아스팔트가 녹색의 길로 바뀔 날이 반드시 찾아오리라고 믿는다. 자동차 없는 날은 바로 그런 날을 약속해 주는 희망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이 이제는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도심통행료를 부과하든, 삼인 이하 탑승 자가용은 아예 도심 통행을 막든, 자동차 사용은 억제하고 도보나 자전거 사용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차로를 줄이고 자전거가 다닐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도시 뿐만 아니라 지방 길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길 자체가 자전거 통행을 막고 있다.

자동차 통행량은대폭 줄고, 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이 다니고, 길에는 더 많은 나무가 심어지고, 그래서 공기가 맑아지고 조용해 진다면, 그때 도시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차 없는 날을 맞아 평상시와 다른 모습의 종로를 보며 그런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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