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바르게 살자

샌. 2007. 9. 13. 16:15



종로에 나갔다가 '바르게 살자'라고 적힌 돌덩이를 보았다.

'바르게 살자'라고 바른 소리를 하는데, 도심 한복판에 놓여진 저 돌은 왜 자꾸만 생뚱맞게 느껴지는 것일까? 건달들이 팔뚝에 '차카게 살자'라고 새긴 문신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저 큰 돌을 세워 놓을 용감무쌍한 생각을 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하다.

아직도 도덕성 운동(?) 따위로 이 세상이 정화되리라고 믿는 순진한 사람일까? 아니면 같은 맥락에서 멍청이일까? 그도 아니면 이를 통해 자기들 단체의 홍보와 이익을 노리는 교활한 사람들일까?

이 사람들은 이런 돌덩이들을 전국에 깔겠다고 한다.

이 돌을 쳐다보는 사람마다 바르게 살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는 무슨 마법의 돌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는 모양이다. 제발 산이나 강의 돌은 제 자리에 있게 하라. 바르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우선 저 돌들에게 물어보아라.

도시에는 슬픈 풍경들이 많다.

시민들의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나 당당히 도시의 한 자락을 점령한 저기세가 나를 슬프게 한다. 바르게 살고 싶은 사람을 도리어 비아냥거리듯 바라보는 저 거인이 나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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