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을 지낸 사람들은 특별한 경험을 한 셈이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 겨울(2006년 12월과 2007년 1월과 2월)은 지구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으로 1904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포근한 겨울이었다고 하기 때문이다. 올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2.46도로 평년(1971년-2000년)의 0.43도보다 2.03도 높아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2월 전국 평균기온은 4.09도로 평년보다 3.34도가 높아 역시 최고였다.
서울의 이번 겨울철 평균기온은 1.87도로 역시 평년보다 2.74도나 높아 1907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이런 추세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어 서울의 겨울철 평균기온이 과거 50년에는 영하 2.8도였으나 최근 50년에는 영하 1.1도로 높아졌다. 이런 급격한 상승은 지구온난화 뿐만 아니라 도시화의 영향도 클 것이라 분석된다. 그래서 이런 겨울철 고온 현상은 앞으로도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일수는 올 겨울에는 이틀(2006년 12월 28일 영하 11.3도, 29일 영하 12.3도) 뿐이었다. 반면에 0도 이상의 고온 일수는 34일로 평년(16일)보다 무려 18일이나 많았다. 이 영향으로 1991년 겨울 이후 15년 만에 한강이 얼지 않았다. 올 겨울은 말만 겨울이었지 추위를 실감하지 못한 계절이었다.
기온 변화도 자연의 순환 과정의 하나로 치부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근래의 이상고온 현상은 인간에 의한 자연 현상의 왜곡이 아닌가 하여 우려되는 바가 크다. 그 결과는 기상이변 현상으로 나타나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실적으로 곳곳에서 그런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고 걱정을 하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어떻게 되겠지 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사람은 환경 변화에 아주 쉽게 적응을 잘 하는데 기상이변도 이젠 일상이 되고 무덤덤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옛날 겨울은 비교 수치가 아니더라도 실제로 무척 추웠다. 물론 거기에는 의복이나 가옥의 부실에 따른 체감기온 탓도 클 것이다. 어릴 때 고향 겨울의 매서운 북서풍은 잊혀지지 않는다. 삼한사온이라는 날씨 특성도 잘 나타났고 계절별 차이도 뚜렸했다. 그러나 지금은 뭔가 두리뭉실해져 버린 느낌이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된 것은 사람이 지내기에는 편할지 모르나 그러나 왠지 나사 하나가 빠져버린 듯 허전하다. 모든 것이 변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계절마저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기상청에서 나온 올 겨울 기상 자료는 그런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한강의 가장자리에서 조차 얼음을 볼 수 없었던 것은 내 경험으로도 처음 일이었다. 가장 특이했던 겨울을 경험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앞으로도 자주 일어날 것이란 예측이 더욱 앞날을 두렵게 만든다. 지구는 균형을 되찾으려는 몸살을 앓을 것이고, 기상이변의 규모는 거대해지고 피해 또한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그 원인을 찾아서 고쳐야 하는데, 원인은 어느 정도 밝혀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각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 사뭇 지연되고 있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각자의 생활양식에 대한 반성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더욱 요원한 일이다.
이제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찬 겨울이 있었기에 봄이 더욱 반갑게 느껴질 수 있는 법이다. 겨울을 잃어버리고 맞이하는 봄은 그래서 왠지 슬퍼진다. 겨울을 빼앗기고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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