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Pangea Ultima

샌. 2007. 2. 21. 16:02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과학 이론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지구의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이란 지구의 표면은 십여 개의 판으로 되어있고 이 판들 사이의 운동에 의하여 습곡산맥, 화산활동, 지진 등 지표에서 볼 수 있는 거대 현상들이 모두 생긴다는 이론이다. 대학교 때 처음 이 이론을 접하고 그 간단명료한 단순함에 매료되었었다. 그때 교수님이 판을 보도블록으로 비유하며 비 오는 날 보도블록을 밟을 때 물이 튕겨나오듯 화산활동을 설명하던 기억이 새롭다. 감동을 주는 과학 모델들은 이렇게 단순하다는데 그 공통점이 있다.

이 이론은 20세기 초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에서 시작되었다. 오랜 옛날에 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는 서로 붙어 있었다가 분리되었다는 것인데교과서에서 가르치는증거 중의 하나가 두 대륙 간의 해안선의 일치였다. 그때는 도리어 수쳔만년이 경과하는 동안 분리된 해안선 모양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런 판의 이동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과거와 미래의 대륙의 모양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약 2억년 전에하나로 합쳐 있었던 거대 대륙을'판게아'라고 부른다.

지질학자들이 이런 모델로 미래의 대륙 모양을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3천만년에서 7천만년 사이에 지중해가 사라지고 호주 대륙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아시아와 붙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2억5천만년 뒤에는 남미대륙과 호주가 아프라시아 대륙과 연결되면서 인도양을 내해로 만들 것이라면서 그 사이에 북미 대륙도 하나로 합쳐져 초대륙 '판게아 울티마'(Pangea Ultima)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 모양이 아래 그림이다.



하루 앞 자신의 일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 수억년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일이다. 2억5천만년 뒤의 저 대륙에는 과연 어떤 생물들이 살게 될 것인가? 그 동안에는 천지개벽이 여러 번 일어날 것이고 생물종도 격변을 겪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생물들이 새로운 지구의 주인이 되어 있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각을 먼 미래로 돌려보는 것은 지금의 우리를 아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 지구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손님일 뿐이다. 잘 났다고 너무 까불어대는 것은 자멸의 길을 스스로 재촉하는 꼴에 다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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