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부전나비의 교훈

샌. 2007. 3. 3. 13:01

지난 꽃산행에 동행했던 Y 형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국의 어느 지방에는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부전나비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있다고 한다. 부전나비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높아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단체의 지지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치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런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이 단체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부전나비의 서식지를 사들여 울타리를 치고 부전나비를 더욱 번식시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도리어 부전나비의 숫자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래서 생물학자에게 그 원인을 조사케 했다.

부전나비는 마치 뻐꾸기의 탁란처럼 부화된 애벌레를 개미에게 맡겨 자라게 한다. 부전나비가 풀에 알을 까 부화하면 개미는 자기 애벌레로 알고 집으로 물고 간다. 그 이유는 나비의 애벌레가 개미 애벌레와 비슷하게 생겼고, 몸에서 내뿜는 화학물질마저 닮아 개미가 속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전나비의 애벌레는 개미들이 날라오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개미알도 훔쳐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성충이 되면 개미집을 날아나온다.

부전나비 서식지에 울타리를 치고 가축의 출입을 막으니 풀이 무성해지고 그 결과 온도가 낮아져 개미의 활동이 줄어들고 부전나비의 알도 부화되는 비율이 낮아졌다. 그러니 나비의 숫자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소들이 들어와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는 행위가 곤충의 부화 조건과 일치하게 된 진화의 고리를 인간이 방해하게 된 셈이었다. 그 뒤에 울타리를 없애고 예전처럼 동물의 출입을 자연스럽게 했더니 나비의 숫자가 다시 늘어나더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반자연적인 인간의 행위가 이런 것 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우리 눈에 보이는자연의 생태계 균형은 수천만 년의 세월이 농축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생물들은 상호 의존하며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 인간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개입은 자연의 원리에 반할 가능성이 크다.우리는 자연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실은 자연스런 흐름을 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재를 기른다고 하면서 어린 아이 때부터 끊임없이 간섭하고 틀 지어진인식 체계를 강요한다. 공적 사적인 모든 교육과정이 과연 인간의 자연스런 품성을 얼마나 신장시키는지 반성해야 한다. 또한 가정에서 자식을 기르는 것이 마치 부전나비를 보호한답시고 울타리를 치는 어리석은 행위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자연이고 인간이고 가장 바른 기름은 자연스러움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인간의 앝은 지식으로 행해지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손길은 그 본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설혹 잘못된 것이 있을지라도 스스로 고치며 바른 길을 찾아갈 지혜를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가지고 있다. 비록 그 길이 멀고 길지라도 느긋하게 기다려 줄 여유를 우리는 가져야 한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간섭은 적을 수록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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