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뒤편 / 천양희

샌. 2006. 7. 4. 09:05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 뒤편 / 천양희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도리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그리고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아픔을 읽을 줄 아는 것이다. 행복한 웃음 뒤에 있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보는 일이다. 남루한 행색의 나그네에게도 나름대로의 기쁨과 감사가 있음을 이해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종소리 울려퍼지는 성당 안에서는 지금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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