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일체감 / 신현정

샌. 2006. 2. 5. 12:01

눈이 내리면서 먼저 내리면서

뒤에 내리면서

먼저 내리는 눈이

뒤에 내리는 눈을 사뿐히 받아주기도 하면서

먼저 내리는 눈이 뒤에 내리는 눈을

무동을 태워 세상구경도 시켜주어가면서

먼저 내리면서 뒤에 내리면서 마음을 포개면서

궁극적으로 세상을 덮으면서

한 이불 속을 만드누나

 

- 일체감 / 신현정

 

따스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시다. 먼저 내리는 눈이 뒤에 내리는 눈을 태워주고 이끌어주면서 세상을 한 이불로 덮는다.더 앞서 가려고 눈송이는 좌충우돌 가속도를 내지 않는다. 덩치 큰 녀석이나 작은 녀석이나 함께 고요히 떨어지고 있다.

 

이건 단순히 눈 내리는 풍경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희망의 인간 세상을 말하고 있다. 한 이불 속에 든다는 것은 시의 제목처럼 일체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사이란 한 몸과 마찬가지다.

 

눈이 내리는 날, 너와 내가, 그리고 모든 생명이 한 몸이 된다. 천상에서 내려오는 하얀 이불을 쓰고 모두가 한 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