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성장(盛裝)을 한 여인네 같은 꽃, 풍접초. 바람 풍[風]과 나비 접[蝶]자를 쓰는 풍접초보다는 족두리꽃으로도 많이 불린다. 시집 가는 언니 머리 위에 얹힌 족두리를 닮았대서 붙여진 우리말 이름인 족두리꽃이 더 정감있게 들린다.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슬픔을 시인은 이렇게 읊었다.
이사 온 첫해 빌라의 화단에서 처음 그 꽃을 보았다
얼굴만 알고 지나치는 이웃집 여인처럼
매끈한 흰 얼굴에 이끌려 고개를 돌리게 하는
모르는 여인의 향기 나는 꽃 앞에 서서
창호지에 구멍을 뚫어 들여다본다
합환주에 달아오르는 뺨 포르르 떨리는 족두리의 떨잠
다소곳이 고개 숙인 신부는 왜 슬퍼보이기만 할까
팔월에 곱게 피어 씨방엔 한철 꽃이 될 아가들 자랄 테고
구월이면 희고 붉은 꽃이삭은 떨어질 것인데
잔가시 잔뜩 세워 지켜낸 세월 꾸려가느라
호미 같은 손 참 많기도 하다
유독 우리네 여인 같은 꽃, 풍접초는
여름내 풀 향기 땀내나는 바람의 품에 안겨서
내 가슴 도려내며 여자의 일생을 상영하고 있더라
- 풍접초 / 강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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