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안양천을 걷다

샌. 2006. 1. 27. 10:03

어제는 안양천을 걸었다. 양화대교에서 시작해 한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안양천으로 접어들어 석수까지 갔다[걸은 거리; 20 km, 12:00-16:30].

 

안양천은 경기도 과천에 있는 청계산에서 발원해서 안양을 지나 서울 남서부 지방을 흐르는 길이 약 35 km의 한강 지류로, 아마 서울에 있는 한강 지류로서는 제일 긴 하천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불명예스럽게도 안양천은 오염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탁한 물과 풍기는 악취가 걸어본 지천들 중에서 제일 심했다. 곁에 있으면 냄새가 너무 심해 머리가 아프고 불쾌해질 정도였다. 강에는 죽음의 기운이 가득했다.

 



인간들은 저렇게 화려한 도시를 건설하지만 공기와 물이 오염되건 말건 자신들의 배설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야 이렇게까지 물을 썩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기술이나 돈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 순위의 문제로 나에게는 보인다.

 

또한 거기에는 썩은 물이야 흘러서 바다로 가버리면 그만이라는 무책임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서 우리만 잘 살면 된다는 집단 이기주의도 숨어 있다. 그렇지 않다면야 썩은 물을 저렇게 수십 년간 방치해 오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개인이, 모든 나라가 그런 사고 방식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무섭고 끔찍한 재앙이다.

 

사람들은자신의 건강을 위한답시고천변에 나와 운동을 한다. 도시의 독가스를 당연하듯 마시며 헬스클럽에 나가 땀을 흘린다. 모든 것 잊고 마음 편하고 즐겁게 웃으며 살라고 부추긴다. 그러나 공기와 물은 더럽혀 놓고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곳에서 악을 쓴들 그것이 진정한 웰빙이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자신과 가족에게 쏟는 정성의 십 분의 일이나마 환경과 주변 생명에게 관심을 기울여줄 수는 없을까? 나도 별 수 없는 도시내의 한 오염원이지만 이런 아픈 현장을 보니 스스로에게 또 세상에 무척 화가 난다. 한강과 그 지천들에 난 산책로를 걸어보겠다고 가볍게 나선 발걸음이 환경 오염의 현실을 목도하고 슬픈 마음이 되어 버렸다. 이것은 인간의 집단적인 탐욕이 낳은 어두운 모습의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 수질을 정화하고 깨끗해진 하천으로 변신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 문명이 가는 길의 끝에는 종말론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듯한 슬픈 예감이 든다.

 



김포공항에 착륙하려는 비행기들이 머리 위를 낮게 날아가고 있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머리를 들고 하늘을 바라본다.

 

어릴 때 상상하기를 저 비행기를 타면 먼 동화의 나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아련히 그런 환상에 젖는다. 답답한 현실을 떠나 어딘가에 꼭 있을 것만 같은 꿈의 나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부옇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푸른 하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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