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양재천을 걷다

샌. 2006. 1. 23. 16:31

양재천(良才川)은 경기도 과천에서 발원하여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를지나서한강에들어가는 길이 약 20 km의 하천이다. 하류에서 탄천과 합류하여 한강과 만난다. 전에는 직접 한강과 연결되었는데 1970년대에 개포지구 토지 정리를 하면서 물길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예전의 하천 이름은 공수천(公需川), 학천(鶴川), 학여울 등으로 불리었다고 하니 아마 예전에는 학(鶴)이 이곳에 많이 다녀갔는가 보다. 지금도 인근에 학여울이라는 지하철역명으로 남아있다.현재 이름은 이 하천이 양재동을 통과하여 흐르기 때문에 붙여졌다는데 옛 이름이 훨씬 멋있게 들린다.

 



오늘은 양재천을 따라 걸었다. 한강에서부터 시작해서 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과천의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걸었다[걸은 거리; 15km, 11:00-14:00].

 

양재천은 아마 서울에 있는 한강의 지천 중 가장 정비가 잘 되고 물이 맑은 하천일 것이다. 작년에는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복원 우수하천으로 뽑히기도 했다. 여름에는 여기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정도로 깨끗하다.

 

안내문에 보니 그동안 130여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콘크리트를 철거해서 자연친화적인 호안을 만들고 습지 조성 및 수질정화장치를 시설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산책로를 제외하고는 시멘트나 아스팔트가 보이지 않는다. 자연상태에 가깝게 복원한 것을 한 눈에도 확인할 수 있다. 천변으로는 갈대가 무성하고 일부에는 나무도 자연스레 잘 자라고 있다. 흐르는 물도 맑고 깨끗하다. 가까이 가도 도시의 하천들에서 풍기는 퀴퀴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양재천에 이웃해서 우리나라 최고급 아파트라는 타워팰리스가 있다. 아파트값만 수십 억씩 호가한다는데 그래선지 괜히 겉모습만으로도 주눅이 든다. 저기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받고 셈이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저기 70평에 사는 어떤 사람이 자녀 때문에 고민을 하더라는 것이다.아이가 친구집에 갔다 오더니 괜히 집이 적고 음식이 맛이 없다며 투정을 부리는데, 그 친구집은 100평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호텔의 1급 조리사가 와서 해주는 음식맛을 봤으니, 집의 가정부가 해주는 음식은 입에 차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러면서 아이를 위해 더 넓은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더라는 것이다.

 

아파트 70평도 모자라 더 넓은 평수를 욕심내는 부자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돈이 많은 사람들은 누릴 수 있는 행복의 기회가 많을 테지만, 동시에 작고 소중한 행복의 기회를 앗기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넓고 높은 저 안락한곳에 앉아 아랫 세상을 내려다보는 저들의 심사가 늘 안락하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여기는 막 서울을 벗어난 곳으로 양재천의 중간쯤 되는 지점이다. 하천의 양편으로는 화훼단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멀리 보이는 산은 관악산이다.

 

묘하게도 양재천 물은 상류쪽으로 갈수록 탁하고 더러워진다. 물 가까이 서면 오수 특유의 냄새도 나기 시작한다. 그만큼 정화에 신경을 덜 쓴다는 뜻일 것이다. 물을 더럽히고,다시 그 물을 정화해야 하고, 문명이란 것은 참 복잡하기만 하다.

 



이번 걸음의 끝자락인 과천 시내의 천변에서 이 버들강아지를 만났다. 가지에서는 초록색 이파리가 나올려고 하고, 버들강아지는 벌써 봄눈을 내려고 흰 솜털과 붉은 색깔이 완연하다. 남쪽에서 매화꽃 소식이 들이더니 어느덧 여기까지 봄의 입김이 닿았는가 보다.

 

아, 이제 봄이 멀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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