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탄천을 걷다

샌. 2006. 1. 11. 18:43



탄천은 경기도 용인에서 발원해서성남을 지나 한강에합류하는 길이 35km의 한강 지천이다. 탄천(炭川)이라는 이름은 옛날에 숯을 많이 구워서 물이 검게 되었기 때문이라는데, 지금은 오염원은 다르지만 물색이 검은 것은 마찬가지다. 하수처리장이 있다지만 아직 용량 부족인지 도시에서 쏟아지는 생활 하수는 천을 온통 시꺼멓게 물들이고 있다. 가까이 가면 썩는 냄새가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대부분의 강들이 이렇게 몸살을 앓고 있을 것이다. 특히 대도시 주변을 흐르는 강들은 이미 생명력을 상실했다. 마치 인공호흡기로 살아가는 중환자실의 환자 같이 보여 마음이 아팠다.

 

위의 사진은 서울공항 인근의 탄천과 산책로이다. 공항을 닮아선지 천도 길도 활주로 마냥 직선으로 끝없이 뻗어있다. 붉은색 길은 자전거로이고, 파란색 길은 보행로인데 바닥이 폭신해서 걷기에 아주 좋았다.

 



오늘은 탄천이 한강과 합류하는 서울의 잠실에서 시작하여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분당의 서현동까지 걸었다[걸은 거리; 20km, 10:30-15:00].

 

서울에서 탄천은 강남구와 송파구의 경계를 만든다. 한 쪽은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다행히 다른 쪽은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거기에는 철새들도 모여서 쉬고있다. 비록 일부 구간이지만 건너편천변의 모래톱이 검은 강물과 다르게 하얗고 깨끗해 보이는 곳도 있다. 멀리서 보면 시골의 여느 강가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자연은 자정 능력을 금방 회복될 것이라 믿는다.

 



성남시에서는 천변에 이렇게 썰매장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었다. 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모습에 마음이 밝아진다. 나무판 밑에 칼날이나 철사를 감고 창으로 찍어서 나가는 얼음 썰매는 가장 원시적이건만 다른 어느 것보다도 재미있는 놀이다.

 

어릴 때 고향에서는이 썰매를'씨겟도'라고 불렀다. 각자가 만들어서 타고 놀았는데 손재주가 없는 내가 만든 씨겟도는 늘 나가는게 시원찮았다. 그래서 누군가가 고쳐주곤 했었다. 그 당시는 겨울 내내 이 씨겟도를 타며놀았다. 꺼질락 말락 하는 얼음 위로 이 씨겟도를 스쳐 지나가는 스릴은 지금도 짜릿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잘못 하다 물에 빠지면 불을 피워 말리면서 또 그런 장난을 했다.

 

긴 걸음을 마치고 분당 신도시에 들어서니 사방의 빌딩과 차들로 답답하고 어지럽다. 앞으로 어떻게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생태적인 생명의 터로 변할수 있을지는 모든 도시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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