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방 한 켠에 메주를 쑤어서 달아놓았다. 방안에 들어서면 구수한 메주 냄새가 온 몸을 적신다. 또 하나의 고향 냄새다. 어릴 때는 드나들며 저 메주콩을 뜯어먹기도 했다.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고향이 가지고 있는 냄새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유년 시절에 함께 했던 냄새들 - 고향의 공기, 고향의 땅, 고향의 집에서 풍기는 냄새가 아마도 우리의 뇌에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고향땅을 밟을 때 편안해지는 것은 아마도 직접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냄새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어머니의 젖냄새는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인간의 후각이 퇴화되었다 하더라도 시각보다는 후각이 도리어 더 옛 향수를 자극한다.
가끔씩 찾아가는 고향은 이미 쇠락하고 시들어가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내 삶이 원형이 숨어있는 곳이다. 아무리 도시가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 하여도 뭔가 허전한 마음에 고개를 들면 거기에 고향이 보인다. 숭늉같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고향이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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