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두루미를 만나다

샌. 2006. 1. 3. 17:36



두루미를 만나러 아내와 함께 철원에 찾아갔다. 마침 두루미 축제 기간이어서 사파리 버스를 타고 민통선 안쪽에 들어가 두루미를 볼 수 있었다.

 

어제 밤은 두루미를 만날 생각에 소풍을 앞둔 어린 아이 마냥 마음이 설레었다. 전에는 새해의 연례 행사가 두루미를 보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어디에 마음을 앗겼는지 몇 년간 잊고 지냈었다. 이래저래 감회가 새로웠다.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버스는 아쉽게도 자리가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행사장에는 간이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공연장도 크게 마련되어 있지만, 정작 주인공인 두루미를 보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

 

논에는 무리를 지어 쉬고 있는 쇠기러기들이 자주 보였다. 먼저 토교저수지에 들렀는데 독수리들이 엄청 많이 모여 있었다.

 



저수지 둑에 독수리들이 앉아서 쉬고 있다. 거리가 멀어서 꼭 까마귀 같이 보인다. 이미 배가 불렀는지 앞쪽 논에는 이들의 먹이로 놓아둔 짐승들의 시체가 그대로 있었다. 사람이 먹이를 주지 않으면 저 많은 독수리들이 어디서 먹이를 구해 생존해 나갈지 괜히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과연 저렇게 인공적으로 먹이를 제공하는 것이 생태적으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독수리들이 철원평야의 하늘을 가득 덮고 있다. 독수리는 스스로 사냥을 하지 못하고 죽은 시체만 찾아서 먹는다니 덩치나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는다.

 



재두루미 한 쌍이논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철원에는 주로 두 종류가 찾아오는데 재두루미와 두루미다. 그 중에서도 재두루미가 훨씬 많이 보인다. 재두루미는 두루미에 비해 덩치가 작지만 그래선지 더 귀엽고 귀티가 나 보인다. 누구든 이들을본다면 그 고고하고 탈속적인 자태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두루미는 철저하게 가족 중심의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오늘 본 두루미들도두 마리에서부터 여섯 마리까지 어울려 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한 가족이라고 한다.2, 3월에 짝짓기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새끼를 데리고 와서 월동을 한다. 학춤이 바로 두루미가 짝짓기할 때의 모습을 흉내낸 것이라 한다.

 



버스가 다가가자 한 쌍의 재두루미가 놀라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오늘 본 두루미는 총 40여 마리는 될 듯 싶다. 철원 비무장지대에 찾아오는 두루미가 100-300 마리 정도 된다고 하는데,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이 본 숫자다.

 

망원을 달고 카메라 셔터를 신나게 눌러댔지만 움직이는 차에서 찍어서인지 제대로 나온 사진은 별로 없다. 사파리 버스를 타고 가며 그냥 스쳐지나갔는데 내려서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곳이 군사 지역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이해는 된다. 만약 여기가 민간인 통제 지역이 아니라면 이렇게 두루미들이 자유롭게 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오늘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두루미들을 보아서 마음이 흐뭇하다. 우리 땅을 찾아오는 두루미들이 고맙기만 하고, 앞으로 이 땅을 저들과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그리고 저들의 품격 있는 자태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무언의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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