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나이 든 사람을 보면서 내가 늙으면 저런 처지가되지는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든 지금, 예전에 못마땅했던 그 선배들과 똑 같이 되어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특별하고 예외적일 것이라고 자부했던 자신이 그냥 보통의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신이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중랑천을 걸었다. 한강에서부터 시작해 중랑천 서편 둔치길을 따라 올라가며 상계동 끝까지 걸었다[걸은 거리; 20km, 12:00-16:30].
중랑천은 나와 인연이 깊다. 1970년대 초부터 근 15년간 중랑천 옆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중랑천 둑방길이 출퇴근로가 되기도 했다. 그때의 중랑천은 시커먼 오수로 뒤덮인 죽은 천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강의 다른 지천들은 그런대로 많이 맑아졌지만 중랑천은 그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
천변에 다가가면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물은 탁해서 1cm 깊이도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아마 겨울이어서 더 심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여름이라면 큰물에 오물들이 씻겨 나가기라도 할 것이다. 중랑천 산책로는 도로와 바로 연하여 나있어 소음과 매연이 더해져 걷기에 무척 힘들었다.
중랑하수처리장에서 나온 물이 중랑천으로 방출되고 있다. 그나마도 처리 단계를 거친 이 물이깨끗해서 하류쪽은 그래도 수질이 나은 편이다. 안내문에 보면 처리 후의 물은 BOD가 20 ppm 이하라고 한다.
중계동을 지나 상류쪽으로 올라가니 수질이 점점 좋아진다. 거기서부터는 맑다고 표현해도 괜찮을 정도의 정상 하천이다. 천에는 하얀 모래톱이 생겨있고 물은 그 사이로 흐르는 전형적인 망상하천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 맑은 물이 이제 인간의 동네로 흘러가게 되면 썩은 물이 되어 버린다. 문명의 편리함을 누리는 데는 공짜가 없다. 그나마 앞으로는 계속 수질 조건이 개선될 희망이 보이는 것이 다행스런 일이다. 더 많은 하수처리장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물 소비를 줄이고오염을 일으키는 물질 사용을 자제하는 의식을 갖는 것이 사실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랑천은 길이 약 20여 km로 아마 수량으로는 한강 제 1의 지천일 것이다. 오늘은 중랑천 맨 밑에서부터 상부까지 따라 올라가며 걸었는데 특히 수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하천의 물이 맑아지고 살아있는 물이 될 때, 그 때 도시도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