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샌. 2011. 10. 6. 08:03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시인의 말처럼 젊었을 때는 마흔이 되고, 쉰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무슨 재미로 살까 싶었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마흔과 쉰이야말로 인생의 절정기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뒷날이 되어 오늘의 나를 본다면 지금 역시 아름다웠던 시기로 추억할 것이다. 인생이란 그렇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지나갈 뿐이다.

 

행복한 사람이란, 오늘의 가치를 깨달은 사람이 아닐까. 젊으면 젊은대로, 늙으면 늙은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다. 나이는 상관 없다. 그때 왜 그렇게 살았을까, 지나고 나서 후회한들 아무 소용 없다. 바로 오늘이 찬란한 절정의 때임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임을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