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축의 시대

샌. 2011. 9. 26. 08:09

<축의 시대>[The Great Transformation]에는 ‘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종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의 저작이다.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축의 시대’(Axial Age)라 부른 시기는 BC 900년에서 BC 200년 사이다. 이때에 세계의 네 지역에서 인류의 정신에 자양분이 될 위대한 지혜가 태어났다.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가 그것이다. 축의 시대는 역사상 지적, 심리적, 철학적, 종교적 변화가 가장 생산적으로 이루어졌고, 인류 의식이 한 단계 성숙해진 창조의 시기였다. 우리는 영적 천재들이 살았던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 네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난 정신적, 영적 혁명을 시대 순으로 자세히 서술해 나간다. 인류 정신사를 높은 곳에서 조망할 시야를 열어준 이 책이 고맙다. 동시에 지적 갈증을 해소해준 책이다. 목차를 보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대략 짐작될 것이다.

1장, 축의 시대 문명 벨트(BC1600 - BC900)

조로아스터, 선과 악의 대결

인도에 정착한 정복 아리아인

요, 순, 우, 의로운 통치자의 시대

전쟁하는 신성한 신 야훼

2장, 불안과 공포의 시대(BC900 - BC800)

암흑의 400년을 견뎌낸 아테네

최초의 유일신 숭배자 엘리야

하늘의 도(道)를 따르는 지상의 삶

아트만, 내 안의 진정한 나

3장, 자아의 발견(BC800 - BC700)

분노하는 야훼의 대리자 이사야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우스, 영웅들의 자기중심주의

춘추시대, 새로운 감수성의 출현

숲으로 간 현자, 영적 탐구의 선구자들

4장, 앎을 향한 기나긴 여행(BC700 - BC600)

인간 내면의 정복, <우파니샤드>

로고스, 그리스 영웅시대를 끝내다

혼란한 시대 삶의 모델, 군자(君子)

‘책의 종교’ 유대교의 탄생

5장, 고난의 시대(BC600 - BC530)

추방당한 자들의 트라우마

아테네의 솔론, 정치를 발명하다

상키아, 인류 최초의 무신론

흔들리는 예(禮), 무너지는 도(道)

6장, 공감의 발견(BC530 - BC450)

공자, 인(仁)의 나라를 찾아 떠나다

고난의 길에서 태어난 일신교

그리스 민주주의를 연 이성의 힘

자이나교, 비폭력과 불살생의 극한

7장, 사유의 혁명(BC450 - BC398)

에즈라의 닫힌 길, 요나의 열린 길

땅으로 내려온 철학, 삶을 정화하는 비극

소크라테스, 무지를 지혜를 가르친 앎의 교사

묵가, 급진적인 공감의 사상

고타마 싯타르타, 무아의 발견자, 마음의 혁명가

8장, 철학의 모험(BC400 - BC300)

혜자의 역설, 장자의 무위, 맹자의 자애

두려움에 떠는 전사들의 서사시 <마하바라타>

동굴에서 나온 이데아의 탐구자, 플라톤

로고스의 건축가, 아리스토텔레스

9장, 제국의 시대(BC300 - BC220)

한비자, 순자, 노자의 도덕 군주론

헬레니즘, 문명을 만든 최초의 문명 충돌

<바가바드기타>, 축의 시대 마지막 위대한 노래

10장, 축의 시대의 귀환(BC2세기 - )

천하 통일과 사상의 통합

새로운 불교 영웅 보디사트바(보살)

토라의 원리,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이 위험한 시대에 우리에게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결국은 축의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현재 우리의 위기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시대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에 없던 폭력과 전쟁으로 분열된 사회였다. 당시 현자들은 시대의 이데올로기였던 호전적 태도에 대해 원칙 있는 거부를 나타냈다. 축의 시대 철학자들은 마음에서 폭력의 원인을 찾아냈으며, 그 결과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 인간 정신의 미지의 영역을 탐사했다. 그들은 인간 존재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초월적 차원을 발견했다.

그러나 현자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궁극적 실재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종교적인 가르침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였다. 종교의 핵심은 깊은 수준에서 자신을 바꾸는 행동이었다. 하느님, 니르바나, 브라만, 도(道)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비로운 삶을 사는 것이었다. 축의 시대 현자들에게 종교란 정통적인 믿음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신성한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관대하게 행동하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축의 시대의 정신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

축의 시대의 일치된 결론은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선과 자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기중심주의와 탐욕, 폭력과 무례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심을 버리고 자비의 영성을 개발하는 게 최우선이다. 이 위험한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비전이 이것이다. 종교적 교리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영적 핵심을 따라야 한다. 그것은 바로 종교적 가르침을 실천하는 행동이다. 오늘날 종교는 축의 시대 전통을 무시하고 관념적이며 호전적인 경향이 있다. 그러나 축의 시대 현자들은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상황에서 비움과 자비의 윤리를 발전시켰다. 종교가 우리의 부서진 세계에 빛을 가져오게 하려면, 맹자가 말했듯이, 우리는 사라진 마음, 우리의 모든 전통의 핵심에 놓여 있는 사랑과 자비의 정신을 찾으러 나서야 한다. 결국 축의 시대 정신을 얼마나 우리 시대에 구현하느냐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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