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강우근의 들꽃 이야기

샌. 2011. 10. 19. 12:26

<강우근의 들꽃 이야기>는 꽃을 주제로 한 여느 책과는 다르다. 이분이 소개하는 꽃은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천덕꾸러기들이다. 꽃 자체는 볼 품이 없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보잘것 없는 잡초에서 세상을 바꾸는 희망을 읽는다. 들꽃에서 배우는 지혜가 책 가득 담겨있다. 짓밟혀도 굴복하지 않는 잡초에서 민중의 저항과 생명력을 읽는다.

본인은 어줍지 않게 들꽃 이야기를 썼다고 했지만 글을 읽다보면 내공이 대단한 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식물에 대한 지식만이 아니라 자연과 생명에 대한 애정을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있다. 들꽃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추출해 내는 지은이의 혜안이 부럽다.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 주변에서 흔하지만 하찮게 취급하는 풀과 나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삶을 본다. 귀화식물에서는 이주노동자의 모습이, 리기다소나무에서는 늙은 노동자의 삶이 들어있다.

나는 이때껏 예쁜 꽃만 살폈지 잡초들은 무시하고 지냈다. 주변에 흔히 보이는 것들의 이름을 모르는 게 허다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부터는 그들에게도 눈길이 가고 최소한 이름이라도 알고 싶어진다. 나는 아는 게 너무 없다. 그런데 지은이의 말대로 아는 게 없는 것은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지금부터 살펴서 제대로 알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작고 하찮은 들풀을 사랑하게 되면 4대강 삽질 같은 인간의 오만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는 그림을 그리며 아이들과 어울려 사계절 자연놀이를 하며 지낸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 마을 걷기와 공방 만들기에 빠져있다고 한다. 꽃사진 대신 지은이가 직접 그린 그림이 책 내용에 잘 어울린다.

다음은 지은이가 소개하는 들풀 목록이다. 풀마다 붙은 부제에서 보듯이 이 책은 식물에 대한 생태 설명서를 넘어 인간이 가야 할 길, 자연과 인간의 바른 관계에 대해 성찰을 요구한다. 색다르며 도움이 되는 들꽃 이야기 책이다.

봄맞이 -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
양버즘나무 - 가로수로 심기 위해 만들어진 나무
미국가막사리 - 모든 것을 버린 것은 아름답다
서양등골나물 - 생태계를 교란하는 무서운 풀?
개비름 - 개비름의 날을 만들자

붉은서나물 -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하는 풀
쥐꼬리망초 - 수만 개 씨앗 가운데 살아남은 풀 한 포기
마디풀 - 우리는 어제의 우리가 아니다
뱀딸기 - '공갈빵 딸기'는 무슨 맛일까
뚝새풀 - 촛불같이 피는 풀

벼룩이자리 - 스스로의 길을 간다
머위 -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머위 꽃
스트로브잣나무 - 아파트 둘레에 숲이 자라고 있다
다닥냉이 - 귀화식물, 또 다른 이주노동자
애기수영 - 풀에서 사람이 보인다

선개불알풀 - 풀이 눕다
점나도나물 - 봄은 그들의 것이다
왕바랭이 - 거리는 나의 자리
도깨비바늘 - 속도를 늦추어야 보이는 것들
깨풀 - 시행착오는 깨풀의 생존방식

단풍잎돼지풀 - 해로운 풀은 없다
돌콩 - 콩 한 알 속에 담긴 천 년의 이야기
까마중 - 먹더라도 조금만 먹고 가세요
사위질빵 - 억세지 않고 거칠지 않지만
속속이풀 - 여기저기, 구석구석, 속속들이

개소시랑개비 - 작고 느리지만 쉼 없이
오동나무 -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나무
졸참나무 - 꽃보다 아름다운 새순을 보았나요?
조팝나무 - 봄꽃은 혁명처럼 꽃 핀다
큰개불알풀 - 고통 없이 꽃 필 수가 없다

쇠별꽃 - 땅에 뿌려진 별 같은 꽃
쥐똥나무 - 겨우내 아껴가며 따먹은 참새 밥
큰도꼬마리 - 10년 내다보고 준비하는 풀씨
명아주 - 나무만큼 단단한 풀
일본목련 - 오래된 게 다 낡은 것은 아니다

개여뀌 - 잡초는 아직 발견하지 않은 광맥이다
들깨풀 - 들깨풀에서 찾는 자연놀이
미국쑥부쟁이 - 가을 풍경을 바꿔버린 신자유주의
신갈나무 - 신갈나무를 알면 숲이 보인다
개갓냉이 - 잡초는 자연의 상처딱지다

방동사니 - 잡동사니? 동방신기? 방동사니?
히말라야시다 - 그 늠름하고 멋진 모습에 반해 버렸지요
원추리 - 꽃은 남성이다
소리쟁이 - 시궁창에서 들리는 소리
중대가리풀 - 세상에 하찮은 것이란 없다

주름잎 - 스스로 서기, 그리고 연대
개미자리 - 작고 낮고 수수한
벼룩나물 - 그냥 내버려 두세요
개나리 - 수천수만 송이 꽃사태
꽃마리 - 잡초는 머무를 수 없다

리기다소나무 - 우리 숲의 늙은 노동자
지칭개 - 일어서는 봄, 일어서는 풀
꽃향유 - 퀴퀴한 삶을 향기롭게 하는 풀
망초 - 못난이 풀이 만들어가는 세상
황새냉이 - 사철 언제나 뜯어서 먹을 수 있는 나물

털별꽃아재비 - 별꽃을 닮은 옆집 아저씨
작살나무 - 조급해진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나무
왕고들빼기 - 판타지 세계로 통하는 문
상수리나무 - 도토리 줍는 재미를 아시나요?
싸리 - 꼬투리 속엔 콩알이 한 개

애기땅빈대 - 녹색 숲에서 파견된 전사
구기자나무 - 값싼 동정은 필요 없다
수수꽃다리 - 못난 것이 새로운 가능성이다
고들빼기 - 절망의 틈에서 자라난 풀
미국개기장, 빗자루국화, 큰도꼬마리 - 씨를 말려야 한다고?

광대나물 - 투쟁하는 동지를 닮은 풀
쑥 - 자연이 만들어준 최고의 선물
가죽나무 - 하늘을 받치고 선 나무
박주가리 - 풀씨 날다
엄나무 - 엄나무마냥 가시 돋친

방가지똥 - 저 숲은 누가 일구었나?
노박덩굴 - 숲이 걸어온 길
억새 - 바람에 일렁인다
돼지풀 - 정말 쓸모없는 풀일까?
괭이밥 - 작고 여린 풀이 지닌 힘

고마리 - 오염된 물을 맑게 하는 풀
쇠비름 - 잡초와 벌이는 싸움
갈퀴덩굴 - 갈퀴덩굴 속에 숨어있는 것들
아까시나무 - 가장 많은 것을 베풀어준 나무
뽀리뱅이 - 보릿고개를 같이 넘던 풀

냉이 - 이른 봄은 냉이의 몫이다
새포아풀 - 때도 없이, 크기도 없이, 형태도 없이
회양목 - 느리지만 변함없이
개쑥갓 - 햇볕 한 줌 땅 한 뼘
달맞이꽃 - 그들도 달맞이꽃처럼

붉나무 - 세상을 붉게 물들여라
단풍나무 - 붉은 뒷모습이 아름답다
강아지풀 - 강아지처럼 친근한 풀
환삼덩굴 - 환삼덩굴의 의미는 뭐냐?
달개비 - 꽃밭이 아니어도 아름답게 꽃 필 줄 안다

은방울꽃 - 메이데이 꽃
진달래 -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피는 꽃
제비꽃 - 어머니를 그리는 아릿함, 오랑캐꽃, 앉은뱅이꽃, 병아리꽃, 장수꽃
꽃다지 - 보잘것없는 것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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