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흐르는 강물처럼

샌. 2011. 8. 27. 13:15

<흐르는 강물처럼>은 송기역 시인이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이상엽이 사진을 찍은 4대강 기행의 르포르타주다. 2010년 한 해 동안 4대강 공사현장을 답사하며 파괴되는 자연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이 시대가 저지르고 있는 범죄의 고발서다. 책의 부제는 ‘우리 곁을 떠난 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화를 내고 분노한들 이젠 대책이 없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올 가을이면 강을 죽이는 속도전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4대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른다. 구경꾼이거나 방관자로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며 가끔은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부끄럽다. 이 책은 우리의 눈과 귀를 대신하여 처참한 상처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눈을 감으면 죽어가는 강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상주 경천대에서, 여주 여강에서, 그리고 내 고향 성내천에서 파헤쳐지고 난도질당한 강을 직접 보았다. 삽날에 두 동강난 수많은 생명들을 보았다. 상식으로는 가능하지도 않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이 정권 3년 동안에 벌어졌다. 더구나 환경파괴를 녹색이란 감언이설로 위장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의 끝은 어디인가.

솔직히 이젠 비난하고 한탄하기에도 지쳤다. 마음을 추스르고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나마 최선의 길을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다음에 또 토목정권이 들어선다면 우리 강산의 어디를 건드리려고 할지 그게 걱정되기도 한다. 이 시대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제 2의 4대강 사업이 다시 시작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타락한 문명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갈 길은 멀고도 멀다.

책 마지막에는 ‘부처님과 비둘기’라는 얘기가 실려 있다.

‘어느 날 부처님이 앉아 참선을 하고 계셨다.

그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부처님께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부처님이 까닭을 묻자, 굶주린 여우가 자기를 잡아먹기 위해 쫓아오고 있다고 했다. 이를 가엾이 여긴 부처님은 비둘기를 가슴에 품어 숨겨주었다.

곧이어 여우가 달려와 부처님께 비둘기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비둘기를 왜 찾느냐고 묻자, 여우는 며칠째 주린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비둘기를 먹어야겠다고 했다. 그래도 남의 생명을 해쳐서야 되겠느냐고 타이르자, 여우가 하는 말이 “부처님은 비둘기가 죽는 것은 가엾고, 내가 굶어 죽는 것은 가엾지 않느냐”고 대들었다.

듣고 보니 그도 그렇다 싶은 부처님은 여우에게 비둘기 살만큼 자신의 살을 베어주기로 했다. 여우는 비둘기의 살보다 조금도 모자라선 안 된다며 저울을 가져왔다.

저울 한쪽에 비둘기를 올려놓고 난 뒤 부처님은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한편에 올려놓았다. 그래도 저울 눈금은 변화가 없었다. 다시 팔을 베어 얹고, 다리를 베어 얹었지만 저울 눈금은 달라지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부처님 자신이 저울대로 올라가자, 이번에야 저울 눈금은 비둘기와 똑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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