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가을 나들이

샌. 2004. 10. 31. 16:41

동료들과 경기도 가평에 있는 매봉을 찾았다.

7명이서 지프와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갔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고 외진 산이어서선지 험한 비포장길을 한참을 가야 했다.

결국 승용차는 끝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K와 나는 자원해서 뒤에 처지게 되었다.

그래서 정상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산 아랫쪽에서 수락폭포라는 비경을 만나서 늦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었다.

산의 나무들은 벌써 몸의 물을 비우면서 겨울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땅으로 돌아온 나뭇잎들이 발에 밟히는 소리가 유난히 사각거렸다. 특히 계곡의 물 위에 떨어진 잎은 단풍의 선명한 색깔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평화롭고 아름답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화려한 단풍철은 지나서마치 잔치가 끝난 자리처럼 아쉽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대신에 늦가을의 산은 삶의 분주함 너머에 있는 진실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때쯤의 산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누구나가 철학자가 되고 시인이 될 것만 같다.

그래서 시간에 쫓기며 정상으로 올라간 동료들이 별로 부럽지 않았다.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들의 거친 숨소리 대신에 우리는밑에서 늦가을의 산과 나무들과 조용하고 은밀한 연애를 했기 때문이다.

 

청명한 하늘은
구름을 잃고
그 하늘이 외롭다

가을이다

마른 바람에
숲은 외투를 바꿔입고
나를 기다린다

꼿꼿하게 머리 쳐들던 억새도
흐르는 세월따라
머리 숙이는 가을

코스모스가 질 무렵이면
내 가슴은
노오란 은행 단풍으로
이불을 만다

한술 밥을
물에 말아 먹어도
난 은행단풍 숲길을
걸어보고 싶다
따뜻한 손 만지작 거리며

오늘도..
나는..
또..
한꺼풀..
나를..
버린다......

- 가을 나들이 / 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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