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고향집 앞]
잔돈푼 싸고 형제들과 의도 상하고
하찮은 일로 동무들과 밤새 시비도 하고
별 것 아닌 일에 불끈 주먹도 쥐고
푸른 달 빛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면서
바람도 맞고 눈 비에도 시달리는 사이
저도 모르게 조금씩 망가지고 허물어져
이제 허망하게 작아지고 낮아진 토성
지천으로 핀 쑥부쟁이 꽃도
늦서리에 허옇게 빛이 바랬다
큰 슬픔 큰 아픔 하나도 없이- 신경림 `토성`
고향집 앞 냇가 둑에는 가을이면 쑥부쟁이가 지천으로 피어 올랐다.
어느 날 아침
이슬을 담은 쑥부쟁이가 아침 햇살에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막 아침 세수를 끝낸 앳된 처녀의 얼굴 같았다.
그러나 이 시에서 처럼 토성(土城)과 쑥부쟁이,
그것도 왠지 잘 어울릴 것만 같다.
삶의 풍파에 닳고 씻겨서
이젠 비어지고 둥글어진 그런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