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슬픈 내성천

샌. 2011. 8. 17. 11:11


내 고향의 자랑거리를 들라면 내성천을 빼놓을 수 없다. 내성천(乃城川)은 경북 봉화에서 발원하여 영주와 예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길이 110 km 정도의 강이다. 내성천의 특징은 비단 같은 모래사장이다. 흰 모래가 곱고 깨끗해 ‘금모래’라고도 부른다. 강은 부드러운 곡류를 만들며 유유히 흐른다.

 

산 사이를 휘감아 돌면서 모래사장과 어우러진 강 풍경을 보면 누구라도 시심(詩心)에 젖게 된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소월의 시는 바로 내성천을 두고 부른 노래 같다.

 



강변에서 사람들이 강수욕을 즐기고 있다. 물도리 마을 앞 풍경이다. 내성천 모든 구간이 이런 천연의 휴양지다.

 


4대강 사업을 한다면서 이 아름다운 내성천을 파괴하고 있다. 준설을 하고 제방을 쌓는 것으로는 모자라 평은면에는 거대한 영주댐을 세운다. 현장을 보고 싶어 찾아갔다가는 참담한 모습에 할 말을 잊었다. 우선 그 규모가 너무 커서 놀랐다. 돈으로는 8,000억이 들어간다고 한다. 대도시도 없는 농촌 지역에 이런 큰 댐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인근에는 안동댐이 있다. 고작 식수원과 관광용으로 사용하자고 이 난리를 친단 말인가.아니면 일부 토건족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인가. 독일에서는 1977년 이후 댐을 짓지 않고, 준설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끝간 데 없이 산이 깎여나가고 강이 파헤쳐진 모습을 보기가 마음이 쓰렸다.

 


제방 공사가 진행중인 내성천의 모습이다. 고운 금모래를 파서는 옛 둑에 덧씌우고 있다. 강변을 따라 도열해 있던 아름다운 왕버드나무도 많이 훼손되었다.

 


공사 후면 이렇게 변할 것이다. 도대체 이런 삭막한 강변 풍경을 만들려고 삽질을 해대는 것인가. 과연 누구를 위해서인가. 너무 무모하고 어이 없다.

 

4대강 사업은 우리 시대의 비극이다. 단군 이래 처음이라는 이 대규모 산천파괴는 역사와 후손에 대한 범죄 행위다. 현장을 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애통하다, 우리 손으로 우리 산하를 이렇게 난도질하고 있다. 내성천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강이 울면 인간도 언젠가는 눈물을 흘려야 한다.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우리가 사라질 것이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1.09.08
이배재에서 산성역까지 걷다  (0) 2011.08.19
고향에 다녀오다  (0) 2011.08.15
아내와 앵자봉에 오르다  (2) 2011.08.05
광주 목현천  (0) 201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