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을 내어 고향에 가서 이틀 밤을 자고 왔다. 퇴직하면 고향에 자주 내려가서 어머니 농사를 거들어주겠다고 사람들에게큰소리쳤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핑계가 많다.
여름 고향집은 어수선하다. 볕에 까맣게 끄을린 어머니 모습 보기가 안타깝다. 일 하시는 근력도 작년만 못하시다. 해마다 기력이 쇠하시는 걸 확인하는 자식의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함께 모시고 지내지도 못한다. 돌아오는 길은체한 듯 가슴이 답답했다.
올해는 비가 많아 고추 수확이 늦고 양도 예년만 못하단다. 고향집에 간 날 어머니는 처음으로 붉은 고추 두 포대를 따오셨다. 늦은 오후에는 집 앞 텃밭에 가을 채소를 심을 고랑을 만들었다. 어머니는 작은 노동에도 힘겨워하셨다. 밤에는 휘영청한 보름달빛에 취해 자다가 모기에게 온몸으로 보시를 했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배재에서 산성역까지 걷다 (0) | 2011.08.19 |
---|---|
슬픈 내성천 (2) | 2011.08.17 |
아내와 앵자봉에 오르다 (2) | 2011.08.05 |
광주 목현천 (0) | 2011.08.02 |
남한산성을 일주하다 (0) | 2011.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