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할머니와 아저씨를 태운
행복한 버스가
힘차게 떠났다
-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라오스나 네팔에 가서 한 달 정도 빈둥거리다 올 생각을 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말이 통하지 않을까 봐 제일 걱정이다. 경험 있는 사람은 두려워 말고 그냥 떠나라고 한다. 몸짓 발짓으로도 다 통할 수 있다고....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시다. 그러나 '오해'와 '이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화려한 말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마음을 주고받고 있는지, 언어가 도리어 장벽이 되지는 않는지 되돌아본다. 서로가 까막귀인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어쩌면 가장 완전한 소통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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