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미주 여행 - 그랜드 캐니언

샌. 2013. 3. 6. 06:04

 

전날 밤 늦게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는데 그랜드 캐니언에 가기 위해서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다. 캐나다와 달리 미국에 들어와서는 일정이 빡세졌다. 또, 다른 여행팀과 합류하게 되어 대형버스에 38명이 함께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그랜드 캐니언을 본다는 기대만으로도 온통 설레기만 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바로 그랜드 캐니언을 보는 것이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 실린 천관우 씨의 그랜드 캐년 기행문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글이 소년의 마음을 얼마나 들뜨게 했는지 모른다. 나도 언젠가는 그랜드 캐니언에 가리라고 그때 다짐했었다. 그 바람이 40여년이 지나 이루어졌다.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 캐니언까지 가는 데는 5시간이 걸렸다. 길 옆으로는 단조로운 황무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 66번 도로는 서부 개척 시대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유서 깊은 길이라고 한다.

 

드디어 그랜드 캐니언 입구에 도착해서 아이맥스로 캐니언을 소개하는 영화를 보고 마더 포인트(Mather Point)에 올랐다. 눈 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유구무언(有口無言), 필설로 어찌 이 장엄한 광경을 그려낼 수 있겠는가. 무언가 알지 못 할 거대한 힘과 무게에 압도 당하는 느낌이었다. 10억 년이 넘는 지구 역사를 강물이 깎아내서 이런 절경을 만들었다. 자연의 위대한 신비에 놀라면서 생명 존재의 찰나적인 속성과 비교되어 할 말을 잃었다.

 

여기에서 고작 자유시간 40분이 주어졌다. 이건이 패키지의 단점이다. 우루루 몰려왔다 휙 하니 둘러보고 사진 찍고는 그냥 가버리는 것, 더구나 그랜드 캐니언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편히 앉아 빛과 그림자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오솔길을 따라 햇빛과 바람을 느껴야 한다. 또한 일출과 일몰까지 경험해야 한다. 그러자면 며칠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트레일 코스가 있다. 마더 포인트에도 림(Rim)을 따라 19km의 산책길이 나 있다. 2,000m 아래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갔다 오는 며칠간의 트레킹을 할 수도 있다. 그래야 그랜드 캐니언을 혼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천관우 씨의 그랜드 캐년 기행문 일부다.

 

"눈 앞에 전개되는 황홀한 광경! 어떤 수식이 아니라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이 광경을 무엇이라 설명해야 옳을는지. 발 밑에는 천인의 절벽, 확 터진 안계에는 황색, 갈색, 회색, 청색, 주색으로 아롱진 기기괴괴한 봉우들이 흘립하고 있고, 고개를 들면 유유창천(悠悠蒼天)이 묵직하게 드리우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550m의 협곡 남안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K형, 나는 이것을 보려 여기에 온 것입니다. 별안간 일진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며 옷자락을 휘몰더니 휘날리는 눈, 눈. 멀리 이 협곡의 대안(對岸)인 '포웰' 고원을 운무의 품안에 삼키고 기발한 봉우리를 삽시간에 차례차례로 걷우고 마침내 눈 앞에 보이던 마지막 봉우리를 삼키고 망망한 운해, 휘날리는 눈보라. 그리고 숨가쁜 강풍.

 

회명(晦冥)한 천지 속에 나는 옷 젖는 것도 잊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염천지지유유(念天地悠悠) 독창연이체하(獨愴然而涕下)'라고 한 옛사람의 글귀가 선뜩 머리를 스치면서 까닭 모를 고요한 흥분에 사로잡히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데저트 뷰 포인트(Desert View Point)에서 찍은 것이다. 여기가 그랜드 캐년의 동쪽 끝인 이스트 림(East Rim)으로 콜로라도 강이 선명히 보인다. 더 벗어나면 사막 지대가 펼쳐진다.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한글판 그랜드 캐니언 안내문에는 이런 설명이 나와 있다.

 

1. 얼마나 오래되었나?

 

- 그랜드 캐니언에 노출된 암석들은 근래 시기에서 상당히 오래 전 시기까지 넓은 범위에 속합니다. 그랜드 캐니언 림 위의 모자암인 Kaibab limestone은 2억 7천만년 전에 형성되었습니다. 그랜드 캐니언 바닥의 내부 협곡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은 18억 4천만년 전에 형성되었습니다.

 

2. 얼마나 근래의 일인가?

 

- 암석들은 오래되었으나 협곡 자체는 근래에 형성되었습니다. 지질학자들은 협곡이 지난 5~6백만년 동안(지질학적으로 눈깜짝할 동안)에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 이곳에 생긴 이유는?

 

- 7천만년 전부터 시작해서, 2개의 지각 표층이 충돌하여 발생한 열과 압력이 북미 대륙의 서부에 산맥을 형성했습니다. 콜로라도 고원 지대는 3,000미터 이상 들어 올려졌지만, 지층의 융기와 연관된 대부분의 변형 및 개조를 겪지 않았습니다. 그랜드 캐니언의 지형 형성에 중대한 높은 고원 현상은 아직도 연구조사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4. 협곡이 깊은 이유는?

 

- 사막을 사철 동안 흐르는 콜로라도 강이 없었다면, 그랜드 캐니언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로키 산맥의 남부 비탈을 흘러 내리는 물이 모래와 자갈을 이동하면서 지층들을 깎아내려 협곡을 조각했습니다. 콜로라도 고원의 높이가 없었다면, 지형의 수천 피트 조각을 통한 협곡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우스 림의 Yavapai Point와 콜로라도 강은 높이에 있어서 1,400미터의 차이가 있지만, 이 강은 아직도 해수면에서 750미터가 높은 지대를 흐르고 있습니다.

 

5. 협곡이 넓은 이유는?

 

- 협곡의 넓이는 강과 분류들의 주변에서 암층들이 붕괴되면서 형성된 것이며, 측류들의 '두부 부식' 또한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요인이 됩니다. 좀더 부드럽고 약한 지층이 빠르게 부식하면서 좀더 단단하고 강한 지층의 밑부분을 파냅니다. 충분한 받침이 없는 절벽들은 붕괴됩니다. 강은 가차없이 이러한 부식물을 캘리포니아 만까지 이동시킵니다. 강 거리로 446km에 달하는 그랜드 캐니언의 울퉁불퉁한 협곡은 그 넓이가 다양합니다. 노스 림과 사우스 림 사이에서 그 넓이는 13km에서 26km 사이입니다.

 

6. 그랜드라는 이유는?

 

- 흔히 지구에서 가장 큰 지질학적 진열장으로 묘사되는 그랜드 캐니언은 놀라운 규모의 조화(깊이, 넓이 및 길이의 혼합)라는 면에서 특이합니다.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눈부시고 다양한 색조의 암석층, 뷰트, 그림자 진 협곡 등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랜드 캐니언은 다른 모든 협곡들을 비교 평가하는 협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