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답지 않은 독일인인 히르슈하우젠이 쓴 행복론이다. 서점에는 행복을 주겠다는 책이 넘쳐난다. 이 책도 그런 범주의 하나지만 조금은 독특하고 색다르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인간 심리와 최근의 뇌연구 결과를 인간 행복과 연결시켜 유머러스하게 풀이한 재미있는 책이다. 맛있게 요리한 음식을 맛보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유쾌하다.
지은이는 행복을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공동의 행복이다. 사랑, 우정, 가족 등과 관계된 모든 것을 말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큰 행복이며, 행복과 불행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둘째, 우연의 행복이다. 영어로는 'luck'으로서 행운이나 좋은 기회, 뜻밖의 기분 좋은 만남, 재수 좋은 발견, 길거리에서 주운 동전 등이 주는 기쁨이다. 지속적인 행복은 되지 못한다.
셋째, 순간의 행복이다. 향락으로 영어로는 'pleasure'다. 맥주 첫 모금 같은 감각적 즐거움이다.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은 누릴 수 없는 행복이다.
넷째, 자기극복의 행복이다. 무엇에 대한 집중적인 몰입 후에 오는 만족감이다. 도전하고, 노력하고, 과감하게 뛰어들고, 성장한다.
다섯째, 충만한 행복이다. 삶을 완전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가슴 벅찬 순간들을 말한다. 완벽한 고요, 대자연,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 소름 돋는 절정의 기쁨, 영적 체험의 아름다움 같은 것이다.
지은이는 다섯 개의 행복 카테고리에 따라서, 행복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우연과 함께, 즐거움과 함께, 행동과 함께, 여유와 함께 온다고 설명한다. 지은이는 의사이자 코미디언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자신의 의학 지식을 십분 활용하여 유쾌한 행복론을 풀어놓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특별한 행복론을 설파하는 건 아니다. 엉뚱한 데 매달려 행복을 놓치고 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에는 사람들이 적은 행복의 순간들이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구두에 개똥이 묻은 줄 알았는데 그냥 진흙으로 밝혀졌을 때" "네 시간 동안 기구를 타고난 뒤에 드디어 화장실에 가게 되었을 때"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길에 바로 연결되는 기차가 도착할 때" "코를 후비다가 큰 코딱지를 찾았을 때" 같은 것들이다. 이걸 보면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거창한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사소한 일상을 통해 경험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행복은 잠깐 머물다 지나간다, 다행히도!
책 중간에 '돈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나와 있는데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충고다.
1. 현재 살고 있는 곳에 계속 살고 그 대신 여행을 하세요.
2. 큰 물건 한두 개보다 소소한 물건 여러 개가 더 큰 기쁨을 줍니다.
3. 당신의 돈을 남을 위해서 쓰세요.
나는 지금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차라리 지금 있는 곳에 그냥 살면서 대신 여행을 자주 다니라는 충고다. 그리고 수많은 작은 행복의 순간들이 하나의 큰 행복보다 낫다. 또, 부자란 스스로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최고로 장기적인 수익을 내는 투자는 관계다. 돈은 남을 위해 쓸 때 가장 지속적인 효과를 낸다. 마음에 새겨야 할 말들이다.
행복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이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세네카의 말이 그 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단지 행복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더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우리는 무조건 남들이 자기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이다."
지은이는 책의 끝에서 이 한 마디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행복해지기는 간단하다. 다만 간단해지기가 어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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