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구약의 '코헬렛'은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라는 탄식으로 시작된다. 개신교 성경은 '전도서'라고 하는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로 번역되어 있다. 뒤에 가면 하느님에 대한 신앙으로 귀결되지만, 도입 부분에 나오는 인생무상에 대한 내용은 성경이 아니라 철학서를 연상시킨다. 기독교에 입문해서 처음 성경을 통독했을 때, 구약에서는 이 '코헬렛'을 제일 좋아했다.
'코헬렛'의 저자가 솔로몬이라 배웠지만 성서학자에 따르면 BC 20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거의 700년이나 차이가 난다. 읽다 보면 내용이 매끄럽게 연속되지 않는데 아마 여러 책이 편집된 때문일 것이다. '코헬렛'에는 세상을 보는 유대인의 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코헬렛'은 신앙을 강조하기보다 인생을 얼마나 즐기며 행복하게 살지에 대한 지혜가 담겨 있다. '코헬렛'은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을 선하고 아름답다고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세상에 새로운 것이란 없고, 운명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땀 흘린 노고는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인간 존재의 비극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헬렛'은 생을 찬미한다. 부정을 인정하고 난 뒤에 얻게 되는 긍정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듯, '코헬렛'에도 '살아 있는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인생을 즐기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 세상에 나왔다. "그러니 너는 기뻐하며 빵을 먹고 기분 좋게 술을 마셔라. 하느님께서는 이미 네가 하는 일을 좋아하신다."
그러나 세상은 밝은 빛으로만 둘러싸여 있지 않다. 슬픔이나 고통도 우주를 이루는 요소들이다. 더 근원적인 눈으로 보면 사실 슬픔도 고통도 존재하는 게 아니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문제는 밖에 있지 않다. 즐거운 쪽만 추구하려고 하는 내 욕구가 슬픔과 고통을 만드는 씨앗이 되는 것이다.
부조리한 세계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 그림자 또한 하느님이 허락하신 것이다. '코헬렛'은 행복을 이렇게 말한다.
"행복한 날에는 행복하게 지내라. 불행한 날에는, 이 또한 행복한 날처럼 하느님께서 만드셨음을 생각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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