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식탁의 눈물

샌. 2014. 1. 5. 11:40

내일로 잡혀 있던 제주도행을 취소했다. 예약했던 숙소와 렌터카, 비행기표도 전부 해약했다. 이번에 내려가서 1년 동안 살 집을 구하려고 했다. 그러나 걱정하던 일이 앞당겨 일어났고, 이곳을 비울 수 없게 되었다.

 

사는 게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듯,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인생인가 보다. 하긴 인생이 내 뜻대로만 굴러가길 바란다면 도둑놈 심보일 것이다.

 

세상에는 참 여러 종류의 인간이 있다. 그중에서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성격장애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 그들은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폭력적이며 충동적이다. 모든 것이 남 탓이고 상대 입장을 헤아릴 줄 모른다. 성장 과정에서 정상적인 인격 발달에 문제가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교실에는 이런 아이가 꼭 한두 명 있다.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반 전체 분위기를 흐리게 한다. 담임을 하다 보면 에너지의 80%는 이런 아이로 인해 소진된다. 타일러도 안 되고, 야단쳐도 속수무책이다. 자신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지 못한다. 주의력 결핍인 경우는 오히려 약과다.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아이를 다 키우고 나서야 깨닫는다. 미숙한 부모가 아이를 온전하게 기르기는 어렵다. 문제 가정에서 문제아가 생겨난다.

 

공자가 유별나게 '사람됨'과 인성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온전한 사람에서 온전한 가정이 있고, 온전한 가정이 모여 온전한 사회를 만든다. 기본은 사람됨이다.

 

제주도로의 이주 계획이 무기 연기되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러 달 마음이 부풀어 있었는데 한순간에 무너졌다. 사실 우리 삶의 기반이라는 게 참 불안하다. 마치 판의 경계에 놓인 작은 섬 같다. 인간은 계획하지만 신의 허락이 없으면 안 된다.

 

요 며칠 잠을 설쳤고 사나운 꿈을 꾸었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묵묵히 받아들여야 할 몫이다. 제주도에 가고 안가고는 사소한 일로 되었다. 식탁에서 본 눈물에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뒷날, 지금의 눈물이 반짝이는 보석으로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 삶이 변덕스럽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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