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변화를 일으키는 15가지 행동

샌. 2011. 6. 25. 07:45

녹색연합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창간 15주년을 맞았다. 창간 당시부터 정기구독을 했으니 무척 오래된 친구다. 환경에 관한 좋은 글이 많이 실리고, 이론보다는 실천을 강조하는 알찬 잡지다. 그런데 얼마 전에 판형과 함께 그림과 사진 중심으로 편집 스타일을 바꾸었는데 전보다 내용이 부실해진 것 같아 아쉽다. 이번 기념호에는 ‘변화를 일으키는 15가지 행동’이라는 주제로 특집을 실었다. 최근의 환경 이슈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내용이어서 요약해 옮긴다.

1) 나노표시제를 시작하자

나노물질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정당하게 규제를 하기에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나노물질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기존 규제를 활용할지, 나노물질만 독자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합의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공식으로 과학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동안에도 이런 기술들을 활용한 제품들은 계속 개발되고 생산되어 점점 시장으로 흘러나오고 소비자들이 소비한다는 것이다.

2) 핵발전소 수명연장 반대

국내 첫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2007년 수명을 연장하여 2017년까지 계속 가동할 예정이다. 월성 1호기도 설계수명 시점인 2013년에 다시 수명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영업이익을 위해 사용연한을 넘긴 핵발전소를 계속 운전할 계획이다. 원자로를 폐로하지 않고 연장 가동하면 새로 원전을 건설하는데 드는 2조~3조 원의 10분의 1 정도로 비용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발전소 수명연장은 마치 시한폭탄을 머리에 얹는 것과 같다.

3) 에너지 안 새는 집짓기

1970년대 오일 위기가 닥쳤을 때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절약주택이 시작되었다. 독일은 2016년부터 모든 건물은 냉난방을 할 수 없는 완전한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지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 기준 적용 범위에 건물 면적 제한을 없애야 한다.

4) 발송용 비닐 포장을 규제하라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많다. 연간 포장재로 사용하는 필름류가 100만 톤이나 된다. 안내엽서 한 장이나 소식지, 책들이 비닐봉투에 담겨진다. 이는 합성수지재질로 된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적용범위가 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포장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포장에도 비닐포장재를 쓰지 않거나 줄이고, 반드시 재활용하는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

5) 토양보호를 위한 행동

흙은 지구의 피부다. 우리는 음식물 칼로리의 90퍼센트를 흙에서 얻는다. 흙 1인치가 만들어지는데 500년이 걸린다. 대기, 물과 함께 심각한 토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6) GMO 표시제

지엠오는 아직 식품으로 안전하다고 증명되거나 확인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수상한 존재다. 베트남전쟁 당시 고엽제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발병하기도 전에 자녀들이 먼저 병을 안고 태어났다. 광우병은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은 지 10년 만에 소에게 나타났고 그 뒤 다시 10년이 지나서야 사람에게 나타났다. 지엠오는 고엽제나 동물성 사료처럼 언제든 생산을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잠재위험이 되고 있다.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기준 확대 개정안을 하루빨리 시행할 필요가 있다.

7) 친수구역 특별법은 4대강 오염 특별법

2011년 4월 ‘친수구역 개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4대강 양안 4km까지 개발 가능 지역이 되었다. 4대강 주변 뉴타운형 신도시 개발을 위한 친수구역법 시행령은 대규모 관광단지와 향락단지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 친수법의 본질은 ‘국민식수오염특별법’이다. 또한 친수법은 4대강 사업에 8조 원을 부담한 수자원공사를 위한 ‘수공특혜법’이다. 4대강을 난개발 하는 이 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8) 발암물질과 화학물질

국내 유통 화학물질 4만3천종 가운데 15%인 6450종만 유해 정보가 확인되었다. 자세한 발암물질 목록을 발표하고 특정시한까지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에는 발암물질표시를 반드시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9) 환경교과를 필수과목으로 선정하라

중고등학교에서 환경과목은 선택교과이기 때문에 환경과목을 선택한 학교는 10%대에 머물고 있다. 학생들이 제대로 된 환경교육을 받지 못하는 있다는 얘기다. 한국사회는 온통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만 몰두하고 있어 더불어 사는 능력을 키우는 데는 소홀하다. 살아가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환경교육을 강화하고 필수 교과로 바꾸어야 한다.

10) 종이 분리수거함 설치하기

현재 우리나라는 지자체 조례에 따라 4종 이상의 분리수거함만 설치하면 된다. 공공장소나 영업장소에서 종이 분리수거함을 볼 수 없는 이유다. 일반 쓰레기와 섞인 종이는 매립되거나 회수하더라도 질이 떨어진다. 높은 종이회수율이 다양한 재생종이 제품으로 태어나자면 종이 분리수거함 설치가 긴요하다.

11) 골프장은 공공체육시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골프장은 382곳이고 133곳을 새로 건설하거나 계획 중에 있다. 마구잡이로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지역공동체가 해체되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있다. 공익이라는 명분을 들이대며 국토계획법에 따라 토지소유자 가운데 80퍼센트가 넘게 동의하면 나머지 20퍼센트가 소유한 집과 땅을 강제로 뺏을 수 있다. 골프장 업자의 이익을 위해 법이 앞장서서 강제 토지수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 토지강제수용 문제는 현재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2) 재생종이복사지 백색도 기준을 낮춰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흰 종이를 선호한다. 백색도가 높을수록 깨끗하고 질 좋은 종이라고 느낀다. 우리나라 복사용지 시장은 한 달에 1만 톤가량 된다. 그 중 재생복사용지는 10톤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기관에서 소비하는 복사지는 조달청을 통해 구매하는데 조달청은 백색도 기준을 75퍼센트로 잡고 있다. 그 기준에 맞추려면 재생원료와 천연펄프를 4:6으로 배합해야 한다. 이 기준을 60퍼센트로만 낮추어도 펄프 수입량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3) 갯벌을 죽이는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수립’ 조항 폐지

간척이나 매립 같은 개발로 서해안 해안선이 지난 90년 동안 40퍼센트가 짧아졌다. 지금도 해안선의 직선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갯벌매립은 1910년 한일강제합방 뒤 1918년에 제정한 내용의 골격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공유수면매립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그 법에 의하면 국토해양부장관은 10년마다 중앙연안관리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결국 이 법을 충족시키자면 갯벌 다음에는 바다라도 매워야 한다. 연안 개발과 갯벌 매립을 계속 추진하게 하는 ‘공유수면매립 및 관리법’의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수립’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14) 국립공원 훼손하는 케이블카 반대

2009년 4월에 환경부는 ‘자연공원법시행령’을 고쳐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케이블카 노선 길이를 2 km에서 5 km로 늘리고, 정상부에는 5층 높이 건물까지 들어서도록 한 것이다. 이 개정으로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주요 국립공원 정상에 케이블카가 들어설 위기에 놓였다. 그리고 지자체들은 앞 다투어 지역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자연공원 정상에 탐방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자연 훼손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환경부가 케이블카 건설을 허가한 것은 대한민국 환경정책 역사에서 최악의 결정이다.

15) 지역과 시민 중심 에너지 민주주의

태양광발전 같은 소형발전시설은 국가나 기업이 제공하는 전력에너지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준다. 지붕 위에서 에너지 농사를 지으면 중동에서 비싼 석유를 덜 사와도 되고, 위험한 원자력 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아도 된다. 또 대형 원자력과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전달하기 위해 짓는 초고압송전망 탓에 발생하는 환경파괴와 에너지 손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에너지 독립은 에너지 인권운동이기도 하다. 에너지에 대한 권리는 ‘주유소를 선택하는 권리’밖에는 없는 현실이다. 에너지 운동은 변두리에서 스스로 권리를 찾자는 것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대안에너지 운동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정부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유지하여 시민과 지역 중심 에너지 자립을 지원하고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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