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진인사대천명

샌. 2011. 6. 14. 17:15

쉰아홉이 되는 올해 2011년은 참 별난 해다. 아홉수 치다꺼리를 하느라 그러는지 큰일들이 연신 생기고 있다. 퇴직을 했고, 탈서울의 이사를 했고, 딸 둘을 한꺼번에 출가를 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은 법정에 섰다. 국가기관을 상대로 하는 송사의 원고로 출석한 것이다. 앞으로도 한두 차례 더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 가슴 아픈 여주 생활의 여파가 지금까지 날 괴롭히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훗날 너무 후회할 것 같아 세무서장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다. 이것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나에게는 정신적 통과의례로 필요한 절차다. 사람들은 승산이 없는 싸움일 거라고 말렸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을 꼭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 법원마저 노, 라고 한다면 그때는 대한민국 법 적용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해 볼 때까지는 해 보았다는 심리적 위안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여름부터 1년 가까이 세무서 담당자와 줄다리기를 했다. 여기서 자초지종을 다시 상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영악하고 세무에 밝은 사람들은 그물을 빠져 나가고 나같이 멍청한 인간은 폭탄을 뒤집어쓰는 게 현실이라는 사실이 아프다. 귀농을 시도하다가 투기꾼과 거짓말쟁이로 몰린 것이다. 내 입장에서 보기에는 세무 당국이 자신들의 판단에 날 옭아매려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는 아예 무시한다. 왜 사람들이 세무공무원을 세리로 낮춰 부르는지 이해가 된다. 이번 일로 세상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배운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겠지만 제발 투기를 잡는 칼에 억울한 사람이 베이지 않도록 살펴주었으면 좋겠다.

법원에 판단을 맡긴 건 잘 한 선택이었다. 그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유익한 인생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법정의 분위기도 예상외로 부드러웠고 배운 바도 많았다. 그리고 일말의 희망도 갖게 되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최선을 다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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