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힘 빼기

샌. 2015. 2. 20. 09:57

어느 운동이나 배울 때는 몸의 힘을 빼라는 주의를 제일 많이 듣는다. 대개 초보자일수록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뻣뻣하다. 그래서는 공의 궤적이 잘 나올 리 없다. 요사이는 가끔 당구를 치는데 고수로부터 어깨에 힘을 주지 말라는 나무람을 자주 듣는다. 쉬운 것 같아도 잘 안 된다. 그게 수월하게 되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는 뜻이리라.

 

머리를 깎기 위해 가는 미용실에서도 같은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누워 머리를 감을 때마다 목에 힘을 빼라는 부탁을 듣는다. 이발소에서는 엎드려서 머리를 감지만 미용실에서는 반대다. 해 왔던 것과 다르니 무의식적으로 목에 힘을 주는 것 같다. 힘이 들어간다는 건 긴장되거나 상황이 불편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마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마음의 힘을 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만큼 살았는데도 아직 힘이 뻣뻣하게 들어 있다는 건 인생 초보자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운 일이다. 공자는 나이 60을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귀가 순해졌다는 건 마음이 순해졌다는 것과 같다. 마음이 순해졌다는 건 마음에 힘이 빠졌다는 뜻이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마음에 힘이 빠지고 말랑말랑해진다는 건 성숙의 결과다. 마음이 말랑말랑한 노인은 표정도 말투도 부드럽다.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그런 사람 만나기도 어렵고, 내가 그런 사람 되기도 쉽지 않다. 마음공부는 운동보다 몇십 배는 더 난해한 것 같다.

 

마음의 힘을 빼는데 제일 장애물이 '기대'라는 물건이다. 기대치를 낮추자. 타인에 대한, 세상에 대한, 그리고 나에 대한 기대를 평가절하하자.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기대한다고 변하지 않는다. 둘째, 기대는 태반이 내 욕심이다. 이 사실을 직시하자. 기대를 줄이면 - 마음의 힘을 빼면 - 내가 편안해진다. 내가 편안해야 옆에 있는 사람도 편안해질 수 있다. 설날을 지내며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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