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마단 트럼펫 소리에
탑은 더 높아만 가고
유유히
젖빛 구름이 흐르는
산봉우리
분수인 양 쳐오르는 가슴을
네게 맡기고, 사양에 서면
풍겨오는 것
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
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에서
청춘은 함초롬히 젖어나고
넌 이브인가
푸른 유혹이 깃들어
감미롭게 핀
황홀한
오월
- 오월의 유혹 / 김용호
내가 다닐 때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 표지를 열면 바로 이 시가 나왔다. 시 단원에 나오는 시가 아니고 교과서 전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오월의 유혹'이 실려 있었다. 국어 선생님이 이 시를 설명하던 말과 동작까지 선명히 떠오른다. 언젠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에게 이 시가 기억나느냐고 물으니 하나같이 모른다고 했다. 별난 걸 다 기억한다고 오해까지 받았다. 그래서 다른 데서 본 걸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헷갈리기도 한다. 옛날 교과서를 찾아 확인해 보기 전에는 장담을 못 하겠다.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이 시에서도 오월의 약동과 싱그러움이 잘 그려져 있다. 시만 읽어도 가슴이 막 부풀어 오른다. 오월은 푸름의 계절이고 청춘의 계절이다. 그러나 오월은 짧다. 사실 지나가고 나서야 오월이 아름답고 눈부셨음을 알아챈다. 오월은 오월이 얼마나 빛나는지 모른다. 50년이 지나 이 시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사양에 선다'는 표현이 자꾸 눈을 붙잡는다. '사양(斜陽)'은 해 질 무렵에 비스듬히 비치는 햇빛이다. 어쩌면 이 시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가 살아 있는 힘이 여기서 나오는지 모른다. 사양이 있음으로 오월의 햇빛은 더욱 황홀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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