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 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전쟁으로 사스로 죽어가더니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살자들
살기엔 너무 지치고, 휴식이 그리웠을 거예요
되는 일 없으면 고래들도 자살하는데
이해해 볼게요 가끔 저도 죽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죽지는 못해요 엄마는 아파서도 죽어서도 안 되죠
이 세상에 무얼 찾으려 왔는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마음을 주려 하면 사랑이 떠나듯
삶을 다시 시작하려 하면 절벽이 달려옵니다
시를 쓰려는데 두 살배기 딸이
함께 있자며 제 다릴 붙잡고 사이렌처럼 울어댑니다
당신도 매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헤매는군요
저도, 홀로 어둠 속에 있습니다
-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 신현림
나도 '아비정전'을 찾아서 보았다. 어둡고 우울한 영화였다. 장국영은 자신을 '다리 없는 새'에 비유했다. 결핍과 허기는 인간의 숙명인 것 같다. 누구나 미완성이니까.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는 있다. 시인의 말처럼, 이 세상에 무얼 찾으러 왔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리고 아프고 괴로운 사람이 나만은 아니다. 시선을 넓히면 위안 되는 일이 없지도 않다. 다만 죽어야 할 이유는 명료한데 살아야 할 이유는 모호하다는 것,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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